김승구 KAI 노조위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사장 인선 촉구'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유빈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사장 인선 지연 사태와 관련해 "이미 데드라인은 지났다"며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대표이사(CEO) 공백이 반년 넘게 지속되면서 방산·수출 사업 전반의 의사결정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인선 절차가 추가로 지연될 경우 단체행동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김승구 KAI 노조위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사장 인선 촉구' 집회에서 기자와 만나 "올해 안 임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며 "늦어도 내년 1월 중순까지는 반드시 후임 CEO가 임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과 노조 간 인선과 관련한 소통 여부에 대해선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장 공백이 길어질수록 회사 운영은 정지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국가 전략산업의 중추 기업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사장 공백이 실제 사업 차질로 직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이집트 등 중동 지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항공기 수출 협상에 CEO가 직접 참여해야 하지만 현재는 협상 주체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의 조율, 조건 협의, 수출 승인 등 핵심 절차가 모두 최고경영자의 결단을 전제로 움직이는데 지금은 그 단계가 완전히 멈춰 있다"며 "책임 있는 당사자가 현장에 나서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게감이 현저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거론하며 인선 지연 사태의 원인을 '정책적 무책임'으로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사장 임명 지연은 정부와 수출입은행이 100% 책임져야 하는 사안"이라며 "수출입은행은 형식적 대주주에 불과하고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는 정부와 대통령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CEO 거취 불안정이 이번에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며 "사장 임기 보장이 무력화되면서 조직 전체가 불안에 빠져 있다"고 부연했다.

노조가 감지하는 현장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김 위원장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고사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안과 분노가 누적돼 있다"며 "국가 전략산업의 중추 기업을 반년 넘게 리더십 공백 상태로 두는 것은 정부의 구조적 무책임"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장 인선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수출입은행을 더 찾아가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필요하다면 대통령실 방문 등 추가 행동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장 공백이 장기화될수록 수출·개발·양산 프로젝트 모두가 지연되고 국가적 손실이 커진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