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인구가 줄고 있다.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흔드는 신호다. 한명훈 안산시의원은 17일 제300회 시의회 정례회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사람들이 왜 안산을 떠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한 의원은 최근 몇 년간 안산의 인구 유출이 출산율 하락이나 경기 침체 같은 거시적 요인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출 연령대와 이동 지역, 전출 사유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년이 떠나는 이유는 주거와 일자리
한 의원 질의의 핵심은 청년층이었다. 그는 청년 인구 이탈이 단순한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 여건과 일자리, 문화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특히 청년 주거 문제와 관련해 공공의 역할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확대, 초기 정착 비용을 낮추는 정책 없이는 청년 인구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인구 정책이 복지나 지원 사업의 나열이 아니라 도시 설계의 문제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아이 낳기 좋은 도시'는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구 증가를 위한 출산 정책 역시 단편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육과 의료, 돌봄이 하나의 체계로 작동하지 않는 한 출산 장려 정책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지자체가 아동 돌봄을 책임지는 구조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인구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동별 특성과 생활권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주거 환경과 인구 구성, 생활 인프라가 서로 다른 지역을 동일한 정책 틀로 묶는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판단한다.
인구정책은 '미래 질문'이다
한 의원의 시정질문은 단기 성과를 묻기보다는 안산이 어떤 도시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까웠다. 청년이 머무를 이유가 있는 도시인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갖췄는지, 고령 인구를 돌볼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총체적 점검 요구다.
인구 감소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근본 원인을 놔둔 채 겉으로 보이는 숫자만 관리하는 정책은 더 빠른 이탈을 부를 수 있다. 이번 시정질문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인구를 '통계'가 아닌 '도시 선택의 결과'로 바라보는 관점을 공식 석상에서 제기했다는 데 있다.
이제 공은 안산시로 넘어갔다. 시가 이 질문에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지 답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인구정책이 더 이상 선언이나 캠페인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번 시정 질문은 그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라는 경고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