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부산시교육감 선거의 예비후보 등록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현직 유력 주자들의 줄소송 사태가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예년 같으면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10여 명의 후보가 난립하면서 단일화 논의로 시끄러울 시기지만 지금은 사법리스크 때문에 후보자가 선뜻 나타나지 않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석준 현 부산시교육감은 최근 법원에서 받은 유죄판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직교사 특별채용 사건으로 지난 12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 교육감은 상급심의 재판단을 받겠다며 18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동안 4선 도전 길목에 적수가 없는 걸로 평가를 받았던 김 교육감에게 커다란 암초가 하나 나타난 셈이다.
사정은 보수 진영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정승윤 부산대 교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최윤홍 전 부산교육감 권한대행도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상 지난 선거에서 인지도를 쌓았던 핵심 인물들이 모두 법적 공방에 휘말린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선거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감은 그 어떤 선출직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자리나 후보군들의 사법 리스크로 중요한 부산 교육의 비전이나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듯한 분위기다.
부산의 한 교육 시민단체 대표는 "내년 선거는 후보들의 교육 철학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니라 '누가 덜 위반했는가' 혹은 '누가 덜 나쁜가'를 따지는 네거티브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며 "사법 리스크를 안고 출마를 강행하는 것 자체가 유권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보수·중도 진영의 전영근 전 부산시교육청 교육국장만이 교육연구소 개소를 예고하며 예비후보 등록을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종필 부산교대 총동창회장가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부산 교육계의 한 원로는 "교육감 선거가 법적 흠결이 있는 후보들의 생존 투쟁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사법 리스크에 연루된 인사들은 자중하고 도덕적으로 떳떳한 인물들이 정책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의 유권자들이 교육계의 이 같은 도덕성 위기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