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도 증시 휴장일 오후 늦게 '올빼미 공시'(장 거래시간 종료 이후 관심도가 낮을 때 하는 공시)가 반복됐다. 불리한 공시로 꼽히는 투자·계약 규모 축소 발표가 이어진 것.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12월31일 오후 코스피 상장된 포스코퓨처엠과 SK이노베이션의 공시가 있었다. 코스닥 시장 관련 공시도 다수 있었다.
먼저 포스코퓨처엠은 미국 GM과의 중장기 계약 종료를 밝히며 공급액을 13조7696억원에서 2조8111억원으로 정정했다. 회사는 GM에 리튬과 니켈 등으로 이뤄진 NCM 양극재를 공급해 왔으나 미국 전기차 시장 둔화 등의 영향으로 공급액이 줄어들었다.
같은 날 SK이노베이션 역시 자회사 SK온의 신규 시설투자액을 1조7534억원에서 9364억원으로 46% 넘게 줄였다. SK이노베이션은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진행이 보류됐다"면서 "투자 기간도 2025년 12월31일에서 2026년 12월31일로 1년 연장한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 모두 휴장일인 12월31일, SK이노베이션은 오후 4시에 포스코퓨처엠은 오후 5시42분에 해당 사실을 공시했다. 미국발 전기차 판매 부진과 배터리 업계 한파 영향에 따른 것이지만 연말 휴일을 앞둔 오후에 잇따라 발표된 올빼미 공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은 냉랭하다.
코스닥도 비슷했다. 영화테크는 12월31일 139억9550만원 규모의 엔진룸 정션박스(UEC) 공급계약을 76억9063만원으로 정정 공시했다. 비츠로셀도 총액 216억6314만원 규모의 리튬 1차전지 판매 공급계약을 136억6940만원으로 정정했다. 두 회사 역시 오후 6시가 가까운 시간에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처럼 '올빼미 공시'를 하게 되는 배경은 악재로 인한 주가 하락 시점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함이다. 엘앤에프의 경우 지난해 12월29일 장 마감 이후 오후 4시42분에 3조8357억원 규모의 계약금액이 973만원으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다음날인 30일 전 거래일 대비 9.85% 급락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새해 첫 거래인 지난 2일, 전 거래일 대비 5.40% 떨어지며 17만6900원을 기록해 18만원선을 내줬다.
한국거래소, 연초에 '올빼미 공시 대상일' 공지… "폐장일이라고 공시 안하면 더 큰 문제"
한국거래소는 올빼미 공시 대상일을 미리 지정한다. 이 기간 공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휴장일 직후 첫 번째 매매일 하루 동안 기업공시 채널(KIND) 홈페이지 팝업으로 재공지된다. 2025년에는 ▲설날 연휴 ▲삼일절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 연휴 ▲현충일 연휴 ▲광복절 연휴 ▲개천절·추석·한글날 연휴 ▲새해가 해당됐다. 대상은 이른바 수시공시로 불리는 주요 경영사항 공시다.
다만 거래소 측은 기업 사정으로 공시가 지연되는 것까지 제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공시를 안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올빼미 공시 일정을 지정하는 건 투자자들이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기업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하는 차원"이라며 "이 기간 공시는 가급적 자제하고 부득이할 경우에도 정규장 종료 이전에 이뤄지도록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처럼 연말 폐장일에 올리는 공시는 올빼미 공시에 해당하며 거래소는 이 기간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이 최대한 변동 없이 내용을 재공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영상의 사정 등으로 인한 발표 지연을 불성실한 공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 금액 축소나 계약액 축소 등의 사안을 올빼미 공시로 했다고 이를 곧바로 불성실 공시로 볼 수는 없다"면서 "기업이 악의적으로 거짓을 발표하거나 불성실하게 내용을 채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포스코퓨처엠과 SK이노베이션 등이 공시한 내용은 12월31일이 계약 마감일이었다. 연도의 마지막 날을 종료일로 하는 계약의 특성상 이날 공시가 불가피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최대한 문을 열어주며 휴장일이라도 공시할 내용은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기업과 시장을 감시하는 주주들의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기 위해 거래소도 이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도 이를 유의하고 공시를 주의 깊게 봐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