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서 한 배달 라이더가 음식 배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정부가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등 '권리 밖 노동자'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노동자 추정제' 도입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재계와 노동계 모두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근로자성 입증 책임이 사업주에게로 전가되는 것을 우려하는 반면 노동계는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전날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플랫폼 종사자 등 그동안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약 870만명의 노동자들을 법의 보호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노동자 추정제' 도입이 이번 입법 추진의 골자다. 이 제도는 임금 체불이나 퇴직금 분쟁이 발생했을 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일을 했다면 일단 노동자로 간주한다.

노동자가 아니라면 그 입증 책임은 사업자가 해야한다. 지금까지는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임금이나 퇴직금을 청구할때 스스로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그 책임을 사업자에게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사업자가 '근로자 아님'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노동자로 인정돼 최저임금, 주휴수당, 퇴직금, 4대 보험 적용 등 노동법상의 권리를 적용 받는다.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도 병행한다. 이 법은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으면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해 기본적인 권리 보장과 분쟁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근로기준법에만 규정돼 있는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금지 조항도 포함됐다.


정부는 5월1일 근로자의 날까지 입법을 완료할 계획이다.

재계는 이 같은 법안에 우려한다. 노동자 추정 범위가 넓어질 경우 사업자가 책임져야할 고용·산재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의 비용 부담도 급증하고 형사 책임이 과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매번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인 상황에서 법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형사처벌을 받게될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에 비해 대응 여력이 크게 뒤처지는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범법자로 몰아가게 될 것"이라며 "제도 도입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부작용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도 혼란이 예상된다. 라이더 한명이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상황에서 고용주가 누구인지 등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이 일할 수록 많이 버는 구조에서 최저임금이나 52시간 제도가 강제될 경우 수익이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있다.

노동계도 이번 정부의 입법 추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고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을 일부 고치면서 새롭게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근로기준법 제2조의 근로자 정의를 개정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과 이에 연동된 사회보험을 전면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노총도 전날 논평에서 "현재 논의되는 방식은 근로기준법의 정의 규정에 근로자성 판단기준과 추정 제도를 명시하지 않고 제104조의2 근로감독관 규정에 분쟁 해결을 전제로 한 추정 규정을 두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는 감독·분쟁 단계에서의 제한적 추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현장에서의 실질적 권리 보장으로 연결되기에는 제도적 한계가 분명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근로자 추정제도가 보다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근로자성 판단이 분쟁 이후에만 한정되지 않고 노동관계 전반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 모든 일하는 사람이 실질적인 노동법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 논의가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