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호 지구촌정신문화포럼 대표(대구대 명예교수)가 '세계정신문화올림픽 준비를 위한 2025 국제학술세미나' 개막식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사진=황재윤 기자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이 회계·법률·의료·교육 등 고소득 전문직 영역까지 빠르게 잠식하면서 사회 구조 전반에 심대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21일 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화랑풍류마을 대강당에서 열린 '세계정신문화올림픽 준비를 위한 2025 국제학술세미나' 개막식에서는 AI를 주제로 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포럼은 'AI 이후의 인류, 정신혁명으로 길을 찾다'를 주제로 기술 전환이 경제·산업 질서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한편 정책적·윤리적 완충 장치의 필요성을 경제·사회·문화의 관점에서 함께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조덕호 지구촌정신문화포럼 대표(대구대 명예교수)는 이번 포럼의 문제의식을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설명했다. 단순한 일자리 감소를 넘어 중산층 약화, 지역 산업 붕괴, 민주주의 취약성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기술문명은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인간의 정신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정신문명은 오히려 위축돼 왔다"며 "AI 시대의 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사회를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만드는 효율과 속도가 인간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사회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며 "정신문화, 윤리, 인간 중심의 가치 체계를 국제적으로 공유하고 논의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은 개회사에서 "AI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삶을 빠르게 재편하는 지금 기술 진보와 함께 인간의 마음과 공동체 가치를 어떻게 지켜갈 것인지가 핵심 과제"라며 "통합의학·명상·인문학을 아우르는 인간 중심 치유 모델의 국제적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덕홍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지난 21일 '세계정신문화올림픽 준비를 위한 2025 국제학술세미나' 개막식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황재윤 기자


포럼 기조강연에 나선 윤덕홍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AI는 삶을 극적으로 편리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부총리는 "AI가 회계·법률·의료·교육 등 기존 전문직 업무를 빠르게 대체할 경우 사회의 핵심 완충 지대였던 중산층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며 "소수의 AI 설계·운영 주체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다수는 기술에 종속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술은 항상 법과 가치보다 빠르게 진화해 왔다"며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설계하고 활용하는 인간의 가치관과 윤리, 그리고 이를 제어할 사회적 합의가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막는 것이 해법이 아니라, 기술 발전과 함께 인간성·윤리·공동체 가치를 회복하는 '정신적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기조강연자인 이달곤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보다 정책 실무에 가까운 관점에서 AI 시대의 시장 구조 문제를 짚었다.

이 위원장은 "AI를 곧바로 4차 산업혁명으로 규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시장 논리에만 맡길 경우 지역과 중소기업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