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쿠팡의 핵심 투자사인 벤처캐피탈(VC) 그린옥스와 알티미터 등은 2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 김범석 쿠팡 의장의 하버드 네트워크가 움직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제22회 밀컨 연구소 글로벌 컨퍼런스에 참석한 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로이터

쿠팡의 미국 주요 주주들이 한국 정부 규제에 반발해 국제투자분쟁(ISDS)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김범석 쿠팡 의장의 미국 정·재계 인맥으로 쏠리고 있다. 김 의장이 대내외적으로 구축해온 하버드 네트워크가 이번 사태를 움직이는 주요 배경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3일 법무부와 로이터통신 등 복수 언론에 따르면 미국 쿠팡의 투자사인 벤처캐피탈(VC) 그린옥스와 알티미터 등은 22일(현지 시각)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그린옥스는 14억달러(약 1조9000억원) 이상의 쿠팡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급 투자사다.


이들 VC는 쿠팡의 3370만건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한국 정부가 진행한 조사가 "차별적이고 징벌적이며 한미 FTA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정부 조사 이후 주가가 약 27% 하락함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한국의 행위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요청하고 관세 및 기타 제재를 포함한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부과할 것을 청원했다.

이들이 요청한 조사는 '무역법 301조'를 뜻하는 것으로, 미국이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제재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 강경 카드다. 이에 따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한미 양국 간 통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ISDS 제기가 단순한 투자 손실 보전 차원을 넘어 김범석 의장의 하버드 인맥과 쿠팡이 그동안 영입해온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들의 네트워크가 가동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계 '로스쿨'·재계 '비즈니스 스쿨'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알렉스 웡이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인 그는 트럼프 1기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를 거쳐 쿠팡 부사장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1월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으로 임명됐다. 5개월 만에 백악관을 떠나긴 했지만 정권 인수와 초기 안보 라인 설계에 핵심적으로 관여했던 인물인 만큼 여전히 워싱턴 정가에 닿을 수 있는 비공식 채널로 꼽힌다.


트럼프 1기 백악관 선임비서관 출신인 롭 포터 등도 쿠팡의 대관 전략에 깊숙이 관여해 온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롭 포터가 쿠팡에 합류한 뒤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 우호적인 기류가 형성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인 포터는 2023년 쿠팡에 고문으로 영입된 뒤 현재는 쿠팡의 글로벌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최고글로벌대외협력책임자(CGAO)로 활동하며 미 정가와의 소통을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 대럴 이사 하원의원 등이 SNS를 통해 한국 정부의 규제를 "미국 기업에 대한 괴롭힘"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과정에 이들이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투자사들의 인적 구성도 김범석 의장과 맞닿아 있다. 이번 소송을 이끈 알티미터의 브래드 거스트너는 김 의장과 동문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 출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린옥스의 닐 메타는 HBS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테크 거물인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 실세인 제이디 밴스 부통령 등과도 직간접적인 인적 고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 측은 이번 ISDS 제기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미국 투자사들의 독자적인 결정이며 당사의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쿠팡은 모든 정부 조사 요청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