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자헛의 패소 이후 프랜차이즈 업계의 차액가맹금(유통 마진)이 마치 가맹점주를 착취하는 절대 악(惡)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마저 이를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며 정률(매출 비례) 로열티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실정이다. 정률 로열티를 도입한 가맹본부에 평가 가점을 부여하는 식이다. 하지만 '차액가맹금은 나쁘고 로열티는 착하다'는 전제는 틀렸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로열티나 한국의 유통마진이나 가맹점의 부담은 도긴개긴이다. 미국의 가맹본사는 유통 마진을 받지 않는 대신 로열티 4~8% 외에 광고분담금, 시스템 이용료 등 각종 비용을 추가로 부과해 평균 12%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자체 매장 보유 브랜드의 경우 임대 수수료까지 추가돼 가맹점 부담 비용은 매출의 20% 안팎까지 올라간다. 한국은 로열티를 받지 않는 대신 필수 품목에 유통 마진을 붙이는 식으로 매출 대비 11~13%의 수익을 확보한다.


업계는 한국과 미국의 수익구조와 정서가 다르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은 햄버거처럼 조립식 조리 방식이 일반적이어서 표준화가 쉽다. 반면 한국 외식업은 양념 배합부터 물과 불의 조절, 복잡한 조리 과정까지 본사의 노하우 관리가 필수적이다.

브랜드 파워가 약한 상황에서 가맹점주에게 로열티를 따로 걷는 것에 대한 정서적 저항감도 상당하다. 국내 프랜차이즈 중 가맹점 10개 미만인 브랜드가 72%, 100개 미만인 브랜드가 96%에 달한다.

이런 시장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미국처럼 로열티만 받으라"고 강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본사는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미국처럼 운영지원비, 기술 사용료, 교육비 등 규제 밖의 새로운 명목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결국 가맹점은 로열티는 로열티대로 내고 추가 비용까지 떠안는 이중고에 갇힐 공산이 크다. 비용의 총량은 변하지 않고 이름표만 바뀌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정부의 선의(善意)가 시장의 역습을 불러온 전례는 이미 차고 넘친다. 대표적인 것이 종이빨대 의무화다.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선한 의도로 시작됐지만 정부가 정책 방향을 오락가락하는 사이 펄프 가격 상승과 재고 부담은 고스란히 중소업체들의 몫이 됐다. 전통시장 살리겠다며 도입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도입은 또 어땠나. 모두 의도는 좋았지만 시장은 다르게 반응했고 정책 실패의 비용은 소상공인, 파트타임 노동자 등 약자에게 전가됐다.

차액가맹금 자체는 악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약속과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떠넘기거나 그 구조가 불투명할 때 문제가 된다. 정책이 개입해야 할 지점은 '수익을 내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수익 구조가 투명한가'여야 한다.

로열티냐 물류 마진이냐의 이분법으로 선악을 가르는 것은 잘못된 계산법이다. 제아무리 지구촌 시대라 해도 나라별로 시장 환경과 정서가 다르다. 선진국의 제도가 좋아 보인다고 해서 그들의 규제를 맥락 없이 이식한다면 또 하나의 정책 흑역사만 남길 뿐이다. '글로벌 표준'을 외치는 프랜차이즈 기업조차 해외에 진출할 땐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쓰지 않나.

정책은 선의로 평가받지 않는다.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탁상공론에서 나온 이상적인 법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경제에 맞는 정교한 룰을 만들고 그 법이 현장에서 부작용 없이 작동하도록 지속해서 감시하고 교정하는 것,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황정원 산업2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