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이 고착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공공기관 이전을 기반으로 정주 인구 수가 증가하고 성장의 궤적을 바꾼 혁신도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재와 인프라가 함께 작동하는 새로운 도시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2기 혁신도시가 추진되는 시점에서 정책 성과와 한계를 점검해야 한다.
2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강원 원주시의 주민등록 인구는 2015년 33만3000명에서 지난해 36만3100명으로 증가했다. 전남 나주시도 같은 기간 9만8200명에서 11만7000명으로 인구 수가 증가했다. 1기 혁신도시가 위치한 이들 도시에선 2014년 이후 인구와 산업 전반의 변화가 포착된다.
지난 10년 동안 10개 혁신도시가 조성된 14개 시·군·구 가운데 ▲강원 원주시(3만100명↑) ▲전남 나주시(1만8800명↑) ▲전북 완주군(5100명↑) ▲충북 진천군(1만8600명↑) ▲제주 서귀포시(1만5100명↑) 5곳은 인구 수가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강원혁신도시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한국관광공사 등 11개 기관(직원 7182명)이 이전을 완료했다. 원주 반곡동 일원에 1만2035가구(2만9141명)가 전입했다.
광주전남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공사(한전)·한전KPS·한전KDN·한국농어촌공사 등 16개 기관(7474명)이 이전했다. 나주 금천·산포면 일원에 1만6524가구(3만9210명)가 주민등록을 마쳤다.
일부 혁신도시들의 인구 증가는 공기업 주도의 산업 성장이 기반을 이뤘다는 평가다. 지방정부와 대학, 연구소, 산업체가 협력하고 정주 환경 개선을 이끌어냈다.
산업 육성이 도시 경쟁력 키웠다
원주시 지역개발과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인구 유입이 이뤄졌고 산업 구조와 교통 인프라, 일자리 등 복합 요인이 맞물렸다"며 "원주는 고속철도(KTX)와 고속도로 등 서울로부터의 교통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생활 인구가 68만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이전 후 10년이 지나면서 연관 산업들도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관계자는 "혁신도시 조성 당시 기대했던 산·학·연 클러스터와 자족도시 모델이 완성 단계에 가깝다고 본다"며 "향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남은 과제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주시는 혁신도시 조성 전인 2013년까지 8만7000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지난해 말 기준 약 33%(3만명) 늘었다. 산업 구조가 농업 중심의 1차 산업에서 에너지·첨단 중심으로 전환됐다. 현재 한전을 중심으로 287개 에너지 기업이 입주해 있다.
나주시의 핵심 성과로는 한국에너지공과대 설립과 이를 기반으로 구축된 연구·인재 양성 생태계가 꼽힌다. 최근에는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로도 이어지며 산업 경쟁력을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복합혁신센터와 생활SOC복합센터를 가동할 예정이다. 호수공원 수상공연장, 어린이 스포츠시설, 테마형 놀이터 등 문화·여가 인프라도 지속해서 확충할 계획이다.
'미완 도시' 한계 극복해야
일부 혁신도시들이 인구 증가를 통해 도시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에도 여전히 '미완의 도시'라는 과제가 남는다. 다수 혁신도시의 상가 공실률은 30~40%에 이르고 정주 인구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원주와 나주도 이러한 한계를 안고 있다.
혁신도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학·연·관의 연계를 강화하고 특화산업 육성을 위한 기업 유치가 병행돼야 한다.
혁신도시정책연구원은 '5극3특'(5개 초광역권 3개 특별자치도) 권역별 발전 구상을 제시한다. 호남권의 에너지·AI(인공지능)·농생명 융합, 동남권의 우주항공·해양·미래모빌리티, 대경권의 모빌리티·물류·첨단의료, 충청권의 과학·바이오·행정 중심 산업이다. 3특 권역에는 자율 기반 혁신 모델이 적용됐다.
나주시 미래전략산업국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에 머물지 않고 정책의 중심을 '일자리'로 전환해야 한다"며 "혁신도시의 완성은 공공기관을 기반으로 연관 산업과 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연구시설 유치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연구·산업 연계를 통해 혁신도시를 자생적 성장 구조로 완성해 나가는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