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가격과 기술적 난제로 외면받던 전고체 배터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확대 기대감이 커지면서 로봇용 배터리로 적합하단 평가를 받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는 전고체 배터리를 중장기 핵심 기술로 설정하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삼성SDI는 2023년부터 국내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연구라인을 구축해 2027년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상용화를 예고하며 전고체 배터리 연구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하반기 대전 미래기술원 내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하고 2029년 출시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배터리 3사 모두 소규모 시험 생산을 통해 공정과 품질을 검증하는 파일럿 라인을 운영하거나 연구개발을 준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파일럿 단계에서 바로 양산 단계로 진입할 수 있지만 설비 규모가 커질수록 미세한 조건 차이로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양산 전 공정을 다시 조정하는 준양산 라인을 거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되는 신제품이지만 비싼 가격에 시장 기대 수요가 적어 파일럿 연구라인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적인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높은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된다. 기존 배터리들은 액체 전해질이 사용돼 외부 충격이나 과열 시 화재·폭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이 적용돼 이 같은 위험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신기술인 만큼 충분한 기대수요가 뒷받침돼야 연구개발과 양산 확대가 가능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 대비 전고체 배터리의 제조 원가는 약 3~4배 정도 비싸다. 전기차(EV)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통상 30~40%인 점을 고려하면 전고체 배터리 적용 시 차량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계면 저항을 낮춰야 한다는 기술적인 난제도 존재한다. 계면 저항은 서로 다른 물질이 맞닿는 경계에서 전기·이온이 통과하기 어려워 생기는 저항을 말한다. 기존 배터리는 전기·이온이 액체를 타고 이동하기에 미세한 틈까지 흘러 들어가 저항이 낮다. 반면 고체 전해질은 입자 표면이 불균일해 빈틈이 생기기 쉽고 이에 따라 계면 저항이 커질 수 있다. 저항이 커질 경우 출력 저하와 충전 속도 감소, 발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여러 한계에 직면했던 전고체 배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기대와 함께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열린 CES 2026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아틀라스, LG전자 클로이드 등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개되며 시장 성장 가능성이 부각됐다.
현재 로봇 배터리로는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 삼원계 원통형 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다. 삼원계 배터리는 무게가 가볍고 에너지 밀도도 높아 순간 고출력 구현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배터리 수명이 짧아 교체 주기가 잦다는 한계가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달리 휴머노이드 로봇은 배터리 비중이 1% 안팎"이라며 "가정용·상업용 제품이라는 특성상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큰 만큼 비용보다 안전과 성능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된 배터리들보다 4배 비싸지만 로봇 상용화로 수요가 늘어 원가 격차가 2배 수준으로만 줄어들어도 시장 확장성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