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뉴스1
경기 수원시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뉴스1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달까지 7개월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수요가 여전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폭은 매월 확대되고 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7일 기준 689조43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686조119억원)과 비교해 3조4271억원 증가한 수치다.


가계대출 증가 폭이 10월(3조6825억원)과 비교해선 6.9%(2554억원) 줄었다.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 폭이 축소된 건 신용대출이 크게 줄어서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27일 기준 107조9198억원으로 10월 말(107조9424억원)보다 226억원 감소했다.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7% 선에 다다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줄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세자금대출도 같은 기간 121조7043억원에서 121조3765억원으로 3278억원 줄었다.

반면 주담대 증가세는 이달도 지속됐다.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10월 말 521조2264억원에서 지난 27일 524조9138억원으로 3조6874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월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지난달(3조3676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11월 말까지 3영업일 남았지만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5대 은행 주담대 증가폭은 4조원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5대 은행에서 주담대가 한 달에 4조원 넘게 증가한 적은 2021년 9월 4조27억원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진정세를 보이다가 올 5월부터 주담대는 다시 늘기 시작했다.

▲5월 6935억원 ▲6월 1조7245억원 ▲7월 1조4868억원 ▲8월 2조1122억원 ▲9월 2조8591억원 ▲10월 3조3676억원 등으로 매월 증가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을 제한하고 은행들이 50년 주담대 판매를 사실상 종료하는 등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주담대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은행들은 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 억제에 나섰지만 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에 따른 상생금융 요구가 커지면서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운 처지다.

일각에선 향후 주담대 증가폭이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매매 계약을 한 이후 잔금을 내고 입주하기까지 통상 3개월 가량 걸린다. 10~11월 신규 취급된 주담대 대출은 대략 7~8월쯤 이뤄진 매매 계약인 만큼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줄고 있다는 점에서 주담대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올 6월 3848건, 7월 3588건, 8월 3857건을 기록하다 9월 3372건, 10월 2281건으로 줄어든 상태다.

주담대 증가세가 꺽이지 않자 은행들은 가계대출 조이기에 돌입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부터 주담대 중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를 2억원 이하로 제한할 계획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주거용 오피스텔을 포함한 주담대 보증보험(MCI·MCG) 가입을 차단해 대출 한도를 줄였다.

잡히지 않는 가계빚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대부분의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금통위원은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물가의 상방리스크가 커진 점, 금융불균형이 누증된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금통위원은 "가계와 기업대출의 꾸준한 증가 규모는 통화신용정책이 의도한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