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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에 이은 7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금통위는 이날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금리를 올리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3.8% 올라 한국은행 목표 수준(2.0%)을 큰 폭 상회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5.2%를 기록한 후 지난 7월에는 2.3%까지 둔화됐다. 하지만 지난 8월 3.4%로 반등한 후 10월까지 세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10월 3.2%로 나타났다. 지난 7월과 8월, 9월 각 3.3%를 기록해 경직적인 흐름을 보인다. 소비자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로 여전히 높다.
성장 부진 속에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부동산PF 부실 경고등
한국은행 통화정책 결정에 제1의 목표인 '물가안정'을 고려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든 점, 국제 유가가 비교적 안정돼 당장은 물가 여건이 크게 나쁘지 않은 점도 금리 인상 압박을 덜어줬다.CME페드워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 5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50%로 점치고 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대비 3.2% 올라 시장 예상치를 밑돈 데다, 10월 개인소비지출(PCE)도 인상폭이 전월(3.7%)대비 축소됐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한국과 미국(5.25~5.50%)간 금리차는 2%포인트로 역대 최대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종료하고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는 한미금리차에 따른 투자자금 유출 압력이 낮아진다. 하지만 가계·기업 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어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금융협회(IIF)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2%로 조사 대상국(34개국) 중 유일하게 GDP 규모보다 가계부채가 더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주요 43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통계에서도 지난 1분기 말 기준 한국(101.5%)은 스위스(128%)와 호주(110.6%), 캐나다(101.9%)에 이은 4위다.
정부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PF 대주단 협약'을 가동했으나 여전히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2%대 초반에서 올해 6월 4%까지 뛰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은 28조4000억원으로 연체율은 17.28%에 달한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대출규모도 늘고 있다. 지난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1086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차주 이자부담은 약 3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해' 기준금리 딜레마… 내년 하반기 피벗 전망
아울러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에 따른 유가 불안 가능성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씨까지 아직 남아 있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올 하반기 들어 이달 29일까지 배럴당 평균 85.5달러로 한은 전망(84달러)을 소폭 웃돌고 있다. 중동분쟁이 끝나지 않은 데다 수요 둔화 속 산유국 감산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딜레마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과 함께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연준은 내년 5월이나 6월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며 한은은 미국 인하를 확인한 뒤 7월 정도 낮추지 않을까 예상한다"면서도 "소비지출을 중심으로 미국의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면 미국의 인하가 5월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4%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해외 신용평가회사와 국내 연구기관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대로 보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0%까지 내려 잡았다. 정부 전망치(2.4%)는 물론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내년 경제 성장률 2.2%보다도 0.2~0.4%포인트 낮게 잡은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4%로 하향,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2.3%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