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로슈는 확보한 오가노이드 기술을 신약개발에 접목시킬 계획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로슈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로슈는 확보한 오가노이드 기술을 신약개발에 접목시킬 계획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오가노이드 키우기에 들어갔다. 로슈는 지난 4일 오가노이드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인체 생물학 연구소'(IHB)를 설립했다. 연구소에선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인간의 장기가 어떤 기능을 가지는지 질병이 어떻게 발전하는지에 대해 연구한다.

로슈는 이를 활용해 신약 개발에 접목시킬 계획이다. 로슈는 연구소 인력을 4년 내 250명까지 확대하고 의약품 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검증, 전임상 안전성, 유효성 임상까지 인간 오가노이드를 구현하고 활용할 방침이다.


오가노이드는 인체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유사하다는 의미의 접미사 'Oid'가 합쳐진 합성어로 인체 유사 장기를 가리킨다. 인간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제작되는 만큼 조직의 기능·구조·생리학적 특성을 묘사할 수 있다. 곧장 사람에게 투여하기 힘든 신약 등을 미리 오가노이드에 적용할 경우 체내 위험성이나 치료 효과를 미리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1일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2019년 7800억원에서 해마다 성장해 2027년 3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성장률만 20%에 달한다.

오가노이드 시장의 성장은 규제 완화가 배경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동물대체시험법으로 오가노이드를 꼽았고 동물실험 의무화 규정을 폐기했다. FDA가 동물실험을 의무 대신 제시한 방법은 ▲조직 칩 및 미세생리학적 시스템 ▲컴퓨터 모델링 ▲바이오프린팅(3D프린터를 통해 만든 생체조직·기관) 기반 시험 방법 등이다.


그동안 비임상 시험에선 동물을 활용해 신약의 약동학적 특성을 살폈지만 이제는 오가노이드 시험만 진행하더라도 제약사가 임상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오가노이드 키우자"… 기술 선점 나선 한국

한국 정부도 오가노이드 기술 선점 경쟁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제2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첨단 전략기술로 '고품질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를 개발·제조에 적용되는 오가노이드 분화·배양 기술'을 꼽았다.

국내 기업들도 오가노이드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개발·정밀의료 플랫폼 기업 넥스트앤바이오는 지난달 16일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산하 기관인 싱가포르 암과학연구소(CSI)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넥스트앤바이오는 CSI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넥스트앤바이오의 오가노이드 배양 기술을 활용한 오가노이드 뱅크를 구축하고 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기반의 프로젝트와 환자별 약물 평가 플랫폼 개발 등 활용 가능성을 논의할 계획이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췌도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당뇨약을 개발하고 있다. 췌도 오가노이드는 강스템바이오텍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해 차세대 세포치료제로 개발 중인 기술이다. 강스템바이오텍은 당뇨약 개발을 위해 ▲췌도 오가노이드 이식에 적합한 캡슐화 기술 개발 ▲캡슐화 기술을 적용한 췌도 오가노이드 기반 치료제의 제조·품질관리기준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의 연구법인 C&C신약연구소는 엠비디의 3차원 암 오가노이드 진단 플랫폼을 활용해 혁신 항암제 개발 나섰다. 엠비디의 3차 암 오가노이드 배양 기술을 기초로 환자 맞춤형 혁신 항암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김지운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오가노이드는 동물 모델보다 인간과 질병 생물학을 더 정확하게 반영함으로써 동물 시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며 "각국의 규제 기관이 오가노이드에 대해 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속도감 있는 연구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