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준 제넥신 대표. /사진=제넥신
홍성준 제넥신 대표. /사진=제넥신

설립한 지 20년이 넘었으면서도 단 한 개의 의약품을 출시하지 못한 제넥신이 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신성빈혈 치료제 에페사(GX-E4)의 출시 국가 확대를 모색한다.

최근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 중단, 닐 워마 전 제넥신 대표·우정원 전 바이오연구소장(CTO·최고기술책임자)의 사임 등으로 혼란한 분위기 속에 홍성준 제넥신 대표(58·사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제넥신은 성영철 전 대표가 1999년 설립한 국내 1세대 바이오텍이다. 지속형 플랫폼 기술 hyFc 및 DNA 백신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항암면역치료제 후보물질 GX-I7, 소아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후보물질 GX-H9,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후보물질 GX-188E, 결핵 치료 백신 후보물질 GX-170 등을 개발 중이다.

제넥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서며 투자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제넥신 주가(종가기준)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2019년 11월29일 5만2300원에서 2020년 9월2일 18만2900원으로 249.7% 급등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최종 실패하고 기존 신약 후보물질 개발도 지지부진한 상황이 겹치며 지난 11월28일 1만400원에 그쳤다. 고점과 비교해 94.3%가 빠졌다.

하지만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신성빈혈 치료제 에페사를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설립한 지 25년 만에 첫 의약품 출시를 앞둔 셈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신성빈혈이 자주 발생하는 만성신부전 환자가 10만명에 이른다.


제넥신은 국내에도 에페사를 출시하기 위한 임상 3상 시험 진행을 추진 중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에페사의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아 국내를 포함한 유럽, 아시아 11개국에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신성빈혈 치료제 시장규모는 2021년 기준 69억달러(9조원)로 추산된다.

홍 대표는 "한국 IND 승인을 시작으로 해외에서도 빠르게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며 "이번 투석환자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글로벌 시장의 비투석 및 투석환자 모두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넥신은 지난 9월 초 희귀질환인 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GX-G8의 임상 1상 시험 중단을 발표하며 신약 후보물질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를 임상 개발 자금이 부족한 제넥신의 궁여지책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12일 워마 전 대표와 우 바이오연구소장의 동시 사임으로 인해 리더십은 물론 신약개발 역량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