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은선 개인전 전경. (피비갤러리 제공) |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공감각적 오브제와 설치를 통해 '전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지각 경험을 제시하는 이은선 작가의 개인전 '웨어(Where), 여기'가 오는 7월22일까지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에서 열린다.
이은선은 사람들 사이에서 맺어지는 관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오며 이를 공간 설치 작업으로 연결한다. 최근 개인이 공간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밀한 이야기를 새로운 공간으로 확장해가는 설치 작업을 전개하면서 물리적 외형이 없는 '관계'의 속성을 빛과 색 같은 비물질적 요소들의 변주를 통해 자기만의 관계 미학을 정립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은선은 소위 '화이트 큐브'라 불리는 '전시 공간' 자체를 탐구하는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전시가 이뤄지고 비워지는 갤러리 공간을 시간적 혹은 공간적 변화에 맞물려 있는 경계지점으로 인식하고 이를 자신이 감각한 새로운 공간으로 구현한다.
전시 공간에 대해 작가는 '전시'가 없을 때 "전시 A와 B 사이에서 슬며시 드러나는 맨 살 같은 공간"으로 느껴진다며 이런 '여기의' 상황에서 공간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갤러리 공간 자체가 전시와 작품의 요소로 등장한다. 단순히 어떤 장소에 작품을 놓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간이 가지는 절대적이고 물리적인 조건을 이용하되 자신이 구상한 상황과 오브제를 공간에 결합하기 위해 장소의 조건을 재설정하고 비튼다.
이은선은 전시장 중앙 원형 기둥에 셔틀곡을 박아 넣고, 바닥에 구겨진 짐볼을 놓는 등 감각에 대한 힌트가 되는 오브제를 가져다 둬 관람자의 기억, 그리고 '여기'에서의 체험과 결합시킨다.
이은선은 이를 통해 '관계에 대한 감각'을 말하고자 한다. 그는 작품이 작동하는 시간이 전시의 현장에서만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전시 현장 너머 어딘가에 다다를 때 그때 작품이 완성될 것이라고 이은선은 믿는다.
이은선은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에서 석사를 마쳤다. 조각과 사진, 영상 등 매체를 넘나들며 점과 선, 면과 같은 조형 언어가 공간에서 시각화되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