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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1) 건설업계 최대 단체의 '민낯'… 20년째 '제왕적 협회장'
(2) 수억원 금품에 현회장 개입 논란… 후진적인 건설협회장 선거
(3) "토사구팽 당했다"… 차기 건설협회장 불공정 선거 논란
오는 12월15일 예정인 제29대 대한건설협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 4일 후보 등록이 마무리됐다. 후보 등록 전 출사표를 던진 윤현우 전 건설협회 충북도회장(삼양건설 대표)이 불공정 선거를 이유로 사퇴함에 따라 나기선 전 서울특별시회장(고덕종합건설 대표이사 회장)과 계룡건설산업 전문경영인인 한승구 전 건설협회 대전시회장(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의 2파전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표면적으론 한승구 계룡건설 회장이 앞선 듯 보이나 윤 대표의 불공정 선거 폭로를 비롯해 여러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선거 운동이 혼탁 양상을 보이면서 폭로 이면의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들도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건설협회장은 1만2000개 이상 건설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16개 건설단체의 총연합회장을 겸직하고 있어 그동안 제왕적 권력을 누리고 사익 추구와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 회장은 당초 내부(사주)의 반대로 협회장 출마를 포기했지만 이후 다시 승낙을 받아 입후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 김상수 현 회장은 한 회장을 지지했다가 대안으로 윤 대표를 지지하려 했으나, 한 회장이 다시 출마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태도를 돌변했단 후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윤 대표가 토사구팽을 당했다고 입을 모았다. 현직 회장이 자기 사람을 밀기 위해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가 상황이 바뀔 때마다 선거 공작을 해 나기선 회장의 당선을 견제하려 했다는 의혹이 성립되는 대목이다.
"김상수 현 회장이 한승구 밀어준다"
건설협회 회장 선거 입후보를 위해선 전국 157명의 대의원 가운데 20%(31명) 이상에게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시작됐다. 나기선 회장과 윤현우 대표는 김상수 현 회장이 한승구 회장을 밀어주기 위해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대의원들에게 연락, 본인들에게 추천서를 작성하지 말라고 종용했다는 것. 두 사람은 지난 11월9일 대의원들에게 공동 입장문을 보내 "김 회장의 선거 개입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즉각 사퇴하거나 납득할 수 있는 처신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에 김 회장은 11월29일 기자들을 직접 만나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대의원 개개인의 사정에 대해선 알 수 없지만 추천서 작성을 원하지 않아 김 회장을 핑계 삼아 써주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승구 회장은 당초 계룡건설 내부에서 출마 반대에 부딪쳤다가 다시 승낙을 받았다.
끊이지 않는 불공정 선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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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윤 대표에게 출마 사퇴를 종용했지만 윤 대표는 포기할 수 없었다. 3파전이 된다면 한 회장의 추천서도 결국 줄어드는 상황. 당선 가능성도 작아지기 때문에 김 회장의 윤 대표에 대한 방해 공작이 시작됐다.
이와 관련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나기선 대표의 당선을 막기 위해 한 회장을 선택했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윤 대표를 타진했다"며 "이후 한 회장을 다시 밀기 위해 윤 대표를 방해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귀띔했다.
윤현우 대표는 "김상수 회장이 후보 등록에 필요한 대의원 추천서를 써주지 않도록 각 시·도 회장들에게 전화를 걸었고 (시·도 회장 중) 일부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폭로했다. 윤 대표는 머니S와의 통화에서 "충북 회원사들은 본인이 중앙회장에 출마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김상수 회장의 방해가 있었다"며 "이 때문에 회원사들에 중도 사퇴하겠다고 밝힐 수 없어 끝까지 가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선거 개입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 회장과 한 회장의 관계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의 회사인 한림건설과 한 회장이 재직 중인 계룡건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20~2023년 사이 여러 건의 공공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한승구 회장은 입장을 묻는 머니S의 질문에 "대외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입장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건설협회가 불공정 선거에 휘말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제27대 회장 선거에서도 대의원 추천서 제도가 문제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회장 선거를 앞두고 늘 벌어지는 일로 결코 새삼스럽지 않다"면서도 "이번 선거만큼 현 회장의 지나친 개입 논란이 있었던 적도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