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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감축을 위해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한 정책모기지를 축소하며 올 하반기 들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승포을 줄이고 있다. 반대로 전세가격은 빌라와 오피스텔로 대표되는 비아파트 전세사기에 따른 보증금 미반환 불안이 커지며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했다. 올해 주택시장 침체로 인허가와 착공이 줄어 향후 2~3년 후 입주물량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9일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0.06%)은 상승세를 지속했지만 수도권은 인상 속도가 둔화됐다. 수도권은 0.15%에서 0.12%로 전월 대비 매매가격 상승폭이 축소됐으며 5월 이후 상승폭이 확대되던 시세총액 상위 50개 아파트도 1.28%에서 0.72%로 줄었다. 비수도권의 경우 기타 지방의 매매가격이 소폭 올랐지만 5대 광역시는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른 지역에 비해 오름세를 이어가던 서울과 경기, 대전은 매매가격 상승폭이 좁아졌다.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시는 하락폭이 둔화되며 가격 변동폭이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지방은 세종, 충북에서 높은 매매가격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전북에선 내림세가 지속됐다.
올해 주택 매매가격 하락폭은 4% 중반대로 예상된다.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집값 상승 전망이 다시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 7월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했으며 고금리 여파가 이어졌다. 10월 기준 전국 주택 매매가격전망지수는 상승 예측이 줄어들며 연초 이후 10개월 만에 하락했다. 매수 부담이 여전히 큰 탓에 매수세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아 매도자의 기대감도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0월까지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6% 빠졌다. 연간 하락폭은 4.5% 안팎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격이 내리고 하락폭도 확대됐으나 2020~2021년 23% 오른 급등세를 감안하면 매매가격은 여전히 과거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다.
10월 수도권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4% 올랐고 기타 지방(0.06%)도 상승세로 전환됐다. 과천(2.1%) 인천 중구(0.53%) 등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빠르게 인상됐다. 기타 지방은 13개월 만에 전세가격이 오름세를 보였으며 5대 광역시도 낙폭이 크게 둔화됐다.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 관계자는 "금리 부담과 매수 심리 위축으로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었으며 비교적 안전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6~7%까지 상승하는 등 금리 부담은 높은 편인데, 비아파트의 전세사기 불안과 지속적인 월세 상승으로 아파트로 수요가 집중되고 입주물량이 감소하면서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4만9448가구로 전월 대비 4.1% 감소했으나 울산·강원·대구 지역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52.6% 증가했으나 지난해 거래 절벽으로 인한 기저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증가했지만 3월 이후 5만가구 부근에서 정체됐다.
최근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매도자들이 호가를 높이고 있지만 금리 부담과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매수세는 제한적이다. 주택 경기 호황기에는 투자 수요가 증가하며 관할 시·도 외 거주자 거래 비중이 증가하나 최근에는 실수요 중심의 거래시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 비중이 20% 수준에 머물렀다.
10월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약 3만2000가구로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 물량이 공급됐다. 수도권(2만6000가구)은 경기 양주, 광명 등에서 대규모 공급이 이루어지며 전월 대비 174% 늘었다. 올해 들어 주택 경기가 다소 회복되면서 그동안 지연되었던 사업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된 것이 원인이 됐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은 22 대 1로 집계됐으며 수도권(33 대 1)은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9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5만9806가구로 전월 대비 2005가구 줄었다. 미분양 아파트가 감소한 배경에는 공급 부족의 영향이 크다는 점,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완만하게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