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사진=뉴스1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사진=뉴스1

연말 은행권이 희망퇴직 규모와 시기를 결정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이자 장사' 뭇매에 성과급·퇴직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져 매년 '억 소리' 나던 은행 희망퇴직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중 희망퇴직 조건과 시기를 확정한 곳은 농협은행뿐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56세(83년생~67년생)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았다.


56세 직원에게는 월 평균임금 28개월치를 제공하고 40~55세 직원에는 20개월치 임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같은 연령 직원에게 최대 39개월치 임금을 지급한 것과 비교해 평균임금은 최대 11개월치가 줄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이달 말 희망퇴직을 실시하기에 앞서 임단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83년생 이전 출생)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실시한 후 희망퇴직 실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8월 신한은행은 연차와 직급에 따라 9~36개월치 임금을 지급했다.

'준정년 희망퇴직'을 운영 중인 하나은행도 연말 희망퇴직 실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40세 이상 직원에게 3년치 연봉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연초 준정년 특별퇴직을 시행했다.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 대상은 만 15년 이상 근무했거나 만 40세 이상인 일반직원으로 했다. 준정년 특별퇴직금은 1968~1970년생 관리자급에게 최대 36개월치 평균임금(출생년월에 따라 차등 적용)을 제공했다.

5억원 퇴직금 받은 은행원 다수… '돈 잔치' 지적에 눈치

은행권이 연말 희망퇴직 실시 여부를 고민하는 이유는 '돈 잔치' 지적 속에 높은 수준의 퇴직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30조원이 넘는 이자 이익(30조9366억원)을 거뒀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7.4% 늘어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은행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5억원을 이상을 수령한 은행원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KB국민은행에선 조사역 직위의 5명이 퇴직소득으로 7억9100만~8억4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퇴직금을 비롯해 보수총액으로 8억7300만~9억1200만원을 수령했다. 신한은행은 퇴직 지점장과 커뮤니티장 등 5명이 퇴직금으로 7억5100만~8억2700만원을 받아 소득 상위권에 차례로 올랐다.

하나은행은 관리자 5명이 퇴직하면서 10억5000만~11억3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의 보수총액은 11억2400만~11억8700만원 규모에 달한다. 우리은행 보수 상위에는 부장대우 5명이 들어갔다. 이들은 퇴직소득 8억5900만~9억2300만원을 받았다. 자녀학자금 등 명목으로 3300만~6400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피라미드 인력 구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희망퇴직을 실시해야 하는데 희망퇴직 조건이 확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역대급 실적 속에 무턱대고 희망퇴직 조건을 축소하면 노조가 반발할 수 있어 조율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