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가능성을 시사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 "그러다 비참하게 지면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현안사항 제안 등에 대해 발언하는 박 전 위원장의 모습. /사진=뉴스1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가능성을 시사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 "그러다 비참하게 지면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현안사항 제안 등에 대해 발언하는 박 전 위원장의 모습.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를 두고 고심하는 가운데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멋있게 지면 무슨 수용이냐"며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가능성을 시사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우리가 부끄럽게 이기면 뭐 하나. 그러다 설혹 비참하게 지면 어쩌려고 그러는가"라고 쓴소리했다.

박 전 위원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재명 대표님께"라며 "정치개혁에 대한 고언을 드리기 위해 이렇게 편지를 쓴다"고 전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 저는 이재명 대표님의 당선을 돕기 위해 민주당에 들어왔다"며 "당시 후보님께서는 국민과 수많은 약속을 했고 수없이 반복했던 약속은 바로 '정치개혁'이었다"고 밝혔다. 또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정치를 바꾸고 더 다양한 목소리가 들어오게 하겠다며 소리치는 우리의 후보가 참 자랑스러웠다"고 존경심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대표님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냐"며 "국민들께서는 대표님의 단식 말고 민주당의 혁신에 대해 기억하는 게 없다. 심지어 대표님께서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하셨다"고 지적했다. 박 전 위원장은 "대표님, 우리가 부끄럽게 이기면 뭐 하나. 그러다 설혹 비참하게 지면 어쩌려고 그러는가"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대표님은 왜 정치를 하느냐. 제가 대표님을 도왔던 것은 대표님이 사회적 약자 편에 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정치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제가 N번방을 추적하며 피해자를 지키려 애썼던 것처럼 대표님도 저와 함께 피해자를 지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표님께서 정치개혁 약속을 확언하지 않아 우리 당은 분열되고 있다. 이 책임은 이재명 대표님께 있다"며 "대표님께서 대선 때 수없이 반복했던 정치개혁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대표님의 정치적 미래도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제발 국민을 믿고 원칙을 지켜달라.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부디 민주당다운 승리를 이끌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는 위성정당 금지와 연동형 비례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준연동형 비례제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함이다. 이어 이 대표는 해당 내용이 담긴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위성정당을 포기할 경우 원내 제1당을 국민의힘에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됐다. 이 대표 역시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지난달 28일 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며 병립형 회귀 또는 위성정당 유지의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위성정당 금지' 등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선안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만간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