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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근교의 한 찜질방에서 가족단위 이용객들이 명절에 쌓인 피로를 풀고 있다. 2016.1.30/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
(서울=뉴스1) 서상혁 장성희 기자 =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요즘 찜질방이 유행이라기에 왔어요. 날씨 추울 때 따뜻한 곳 가면 기분 좋잖아요. 오늘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다 갈 생각이에요"
2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소재 모 찜질방. 대학생 김모씨(25.가명)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여자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한 차례 '불가마'에 들어갔다 나온 뒤라 등에는 땀이 흥건했다. 수은주가 영하 2도를 가리키는 추운 날이었지만, 이미 기분 좋은 열기를 머금은 만큼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이씨는 "평소 찜질방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여자 친구가 요즘 유행이라고 말하길래 같이 왔다"며 "겨울에 창문 열어두고 이불 덮으면 기분이 좋은데, 겨울의 찜질방이 딱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고 웃었다.
오전 11시 기준으로 이곳 찜질방에는 60명가량이 몰렸다. 오전 9시 기준으로 20~30명에 불과했지만 2시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이른 시간에는 40~50대 중장년층이 많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20~30대 청년들이 몰렸다. 대부분 커플 단위였으며 친구들끼리 온 청년들도 다수 있었다.
연일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면서 찜질방이 겨울철 인기 휴양지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SNS상에선 '찜캉스(찜질방과 호캉스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을 정도다.
찜질방 관계자는 "주말이라 그런지 젊은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요즘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오가 되자, 통행로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 개인용 매트가 깔려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 불가마는 물론이고 비교적 뜨겁지 않은 '황토방'에도 이용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찜질방 단골 메뉴인 '아이스 식혜'를 구매하기 위한 줄도 길게 늘어져 있었다.
대학생 이모씨(22·여)도 고등학교 시절 친구 2명과 오랜 만에 만나 회포를 풀고 있었다. 손에는 아이스 식혜와 구운 계란이 들려 있었다. 이씨는 "예전에 친구들과 이곳을 찾았는데, 요즘 너무 춥다 보니 생각이 나서 같이 오게 됐다"며 "어디 돌아다니기보다는 여기 따뜻한 곳에서 누워서 노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60대 서모씨는 지인들과 "제대로 땀을 빼보자"며 작정하고 아침부터 이곳을 찾았다. 가마에서 구워 먹을 고구마와 감자도 챙겨왔다. 그는 "여기서 쉬는 게 휴가가 아니고 무엇이겠나"라며 "추운 날 불가마에 들어갔다 오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진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빈대 공포가 확산하고 있지만, 찜질방을 찾은 이들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마포구 거주 중인 40대 박모씨는 "빈대가 걱정되긴 했지만 어머니가 워낙 찜질방을 좋아하신다"며 "그래도 요즘 다들 방역에 신경을 쓰니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색 찜질방도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찜질방에 워터파크를 결합한 형태가 대표적이다. 불가마를 활용해 삼겹살을 구워주는 찜질방도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