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끝난 뒤에도 건물 점유한 세입자…'부당이득금' 지급해야 할까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에도 건물을 계속 점유한 임차인은 종전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월세를 낼 의무를 부담할 뿐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사가 B씨를 상대로 낸 임대차보증금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가 패소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고 3일 밝혔다.


A사는 B씨가 소유한 토지와 건물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임차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은 4200만원, 월세는 420만원이었다.

2021년 7월 B씨는 "임대차기간이 끝나면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한달 뒤 A사는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통지를 했다. A사는 2022년 2월에서야 토지와 건물을 B씨에게 인도했고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도 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2심도 B씨가 돌려줘야 하는 보증금은 약 400만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A사는 임대차계약이 만료되기 2개월 전에 계약 갱신을 요구했으므로 계약기간은 1년 더 늘어난 2022년 10월까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B씨가 적법하게 갱신 거절권을 행사했으므로 임대차계약은 2021년 10월에 끝났다고 보는 것이 맞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A사는 2021년 11월부터 부동산을 인도한 2022년 2월까지의 부동산 사용수익 상당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부당이득금을 산정할 때 월세(420만원)가 아닌 시가를 고려해 감정인이 평가한 금액(월 1300만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A사가 이미 B씨에게 지급한 돈 등을 제외하면 B씨는 보증금 4200만원에서 약 3800만원을 제한 약 400만원만 지급하면 A사에 돌려주면 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가건물 임대차에서 기간만료나 당사자 합의 등으로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 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또 상가건물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뒤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에 건물을 점유하더라도 임차인에게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한 임차인은 종전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차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라며 "시가에 따른 차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