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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활동가들이 27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북해 유전의 신규 개발 사업을 승인하자 런던 의회 의사당 앞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9.2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영국이 자국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북해 유전의 신규 개발 사업을 승인했다. 내연기관차 퇴출 시기를 미룬 지 일주일 만에 추가로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조치가 나오자 야당과 환경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영국 북해 유전 규제기관인 북해전환청(NSTA)은 27일(현지시간) 로즈뱅크 유전에 대한 개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석유생산 업체인 에퀴노르와 이스라엘의 이타카에너지가 8대 2의 비율로 총 38억달러(약 5조원)를 투자한다.
스코틀랜드 북부 셰틀랜드섬 서쪽에 위치한 로즈뱅크 유전은 3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길라드 마이어슨 이타카에너지 회장은 "영국에서 가장 큰 미개발 유전"이라고 설명했다. 에퀴노르는 오는 2026년부터 원유 추출 작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공급망이 불안정해진 만큼 국가 안보를 위해선 북해 유전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석유 및 가스가 영국에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원이라는 '현실론'도 거론됐다.
클레어 코치뉴 에너지안보부 장관은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석유와 가스는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로즈뱅크와 같은 북해 유전에서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에너지 안보를 뒷받침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한편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영국의 석유 및 가스 산업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야당과 환경단체에선 북해 유전 개발이 국제사회의 탈탄소 약속에 위배되는 데다 영국의 에너지 안보와도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훔자 유사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성명을 통해 "로즈뱅크에서 추출되는 석유와 가스 대부분이 해외로 수출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로의 정당한 전환을 가속해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캐롤라인 루커스 영국 하원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북해 유전 개발은 "도덕적으로 외설적"이라며 "에너지 안보를 개선하지도 요금을 낮추지도 못하는 데다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의 약속마저 무너뜨리는 조치"라고 꼬집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필립 에반스 영국 기후위기 담당자는 성명을 내고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석유 회사의 이익을 일반 국민보다 우선시한다는 점을 단번에 증명했다"며 "우리는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게 기후에 끔찍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북해전환청은 2050년으로 예정된 영국의 탄소중립 계획에 로즈뱅크 유전의 탄소 배출량이 모두 반영됐다고 해명했다. 코치뉴 장관도 로즈뱅크 유전의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유 추출 과정을 전기화하겠다고 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 들어 탄소중립 정책에 제동을 거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수낵 총리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휘발유·경유차의 신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늦춘다고 밝혔다. 또한 신규 가스보일러 금지 시기도 2026년에서 2035년으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