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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전경. ⓒ AFP=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의회가 새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이틀 남겨두고 있지만 여전히 접점을 좁히지 못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선 미 의회가 2024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0월1일 전에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간은 물론 공화당 내부의 갈등으로 그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 '셧다운'이 불가피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더 고개를 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공화당이 장악한 미 하원은 29일(현지시간) 공화당이 제출한 임시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찬성 198표, 반대 232표로 부결됐다.
민주당 참석 의원 전원(211명)과 공화당 의원 21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공화당이 제출한 임시예산안은 연방정부에 대한 예산 지원을 10월31일까지로 연장하되 국방·보훈·국토 안보·재난 구호를 위한 자금을 제외한 정부 지출을 전반적으로 약 30% 삭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하원의 임시예산안에 대해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합의한 지출 총액보다 정부 예산을 더 줄였고, 자당이 반대하는 국경 통제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하원안은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통과 가능성이 낮았던 데다 백악관도 이날 오전 해당 예산안이 통과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강력 반대했다.
여기에 맷 게이츠(플로리다), 앤디 빅스(애리조나), 로런 보버트(콜로라도) 등 공화당내 강경파들은 예산 삭감이 충분하지 않다며 매카시 의장이 추진했던 임시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매카시 의장은 임시예산안 투표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가 가장 원하는 것은 정부가 셧다운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결국 임시예산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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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2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연방정부의 셧다운 임박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하던 중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그림 앞에서 멈칫하고 있다. 2023.09.2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
매카시 의장이 자당 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서 그의 리더십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힐은 이번 부결이 "매카시 의장에게 상당한 당혹감과 패배를 안겼다"고 평가했다.
매카시 의장은 의장 선출 당시 자신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요구할 수 있는 요건을 낮춘 바 있어 민주당과 초당적 예산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후임 하원의장 후보군마저 거론하면서 매카시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임시예산안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끝이 아니다. 다른 아이디어들이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이날 오후 4시에 회동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당이 협상할 시간을 벌기 위해 매카시 의장이 추진했던 임시예산안 시도마저 제동이 걸리면서 정부 셧다운은 점점 더 불가피해 보인다고 더힐은 전했다.
앞서 상원에선 민주당과 공화당이 오는 11월17일까지 필요한 정부 예산을 확보하는 임시예산안에 초당적으로 합의했으며 이번 주말 처리를 시도할 방침이다.
상원안은 하원 공화당 안과 달리 지출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용 예산 60억달러와 재난 구호용 60억달러를 포함했다.
하지만 매카시 의장은 상원안이 하원으로 넘어와도 상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화당내 강경파들은 상원안에 우크라이나 지원용 예산과 국경 보안 조항이 빠져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매카시 의장을 향해 상원안 처리를 요구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의 요청이 있을 경우 상임위원회 심사 없이 본회의에서 바로 특정 법안을 표결할 수 있는 '심사 배제(discharge petition)' 청원에 민주당과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공화당은 명확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면서 상원안에 대한 상정을 요구했다. 그는 이를 통해 "우리는 극단적인 마가 공화당의 셧다운을 피할 수 있고, 이 악몽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오는 31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10월 1일 0시 이후부터 셧다운이 시작된다.
셧다운이 시작되면 필수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무급으로 일하고 나머지 공무원은 무급 휴직에 들어가면서 정부 기능이 일부 정지된다.
현역 군인 130만명은 무급으로 복무하며, 재외공관 등 국가 안보 관련 기관도 계속 운영한다.
항공 운항에 필요한 관제사와 공항 보안 검색 직원 등도 무급으로 일하지만,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운항에 차질이 예상된다.
국립공원은 2018년 셧다운 때 각종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에서도 관람객 방문을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대부분 문을 닫기로 했다.
역대 가장 긴 셧다운은 트럼프 행정부인 2018년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 25일까지 34일 진행됐는데 이 영향으로 2019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의회조사국은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