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시작은 다소 불안했으나 끝은 후련했다. 아시안게임 4연패를 노리는 야구 대표팀이 홍콩을 상대로 경기 막판 시원한 타격을 선보이며 대승을 거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일 중국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 센터에서 대회 야구 본선 B조 첫 경기에서 홍콩에 10-0, 8회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홍콩은 한국 중·고교 야구 정도의 수준으로 여겨지는 팀이다. 한국은 이날 원태인을 필두로 정우영, 최지민, 장현석, 박영현을 차례로 투입해 홍콩 타선을 단 2안타로 봉쇄했다. 홍콩 타자들은 한국 투수들의 빠른공에 제대로 타이밍을 맞추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반면 타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회 시작부터 거의 매 이닝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좀처럼 홈으로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했다.

7회까지 잔루만 무려 11개에 달했다. 1회말 문보경의 적시타, 4회말 김혜성의 추가 2타점 적시타가 아니었다면 힘든 경기를 할 수도 있었다.


여기에 더해 아쉬운 주루 플레이도 나왔다. 3회말 무사 1,2루 찬스에서 강백호의 안타성 타구가 홍콩 우익수의 호수비에 잡혔는데, 이 상황에서 2루주자 최지훈과 1루주자 노시환이 판단 미스로 모두 아웃될 뻔했다.

다소 석연치 않은 판정과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트리플 플레이'는 면했지만 득점 기회를 놓친 것은 변함이 없었다.

5회말엔 선두타자 문보경이 몸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1루에서 견제사를 당하는 장면도 나왔다. 두 차례의 주루사 장면 모두 잘하려는 욕심에서 나온 것이기도 했지만 중요한 순간 나와선 안 될 실수였다.

7회까지 단 3-0의 리드. 마치 '혈'이 막힌 것처럼 좀처럼 찬스를 살리지 못한 한국이었다.
만일 이대로 9회까지 경기를 치르고 승리한다면 이기더라도 찜찜한 뒷맛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홍콩을 상대로 확실하게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한 채로 대만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노시환.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노시환.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하지만 한국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던 8회 공격을 잘 살렸다. 1사 후 김혜성이 2루타를 치고 나갔고 최지훈의 안타로 1,3루가 됐다. 여기서 노시환이 시원한 적시타를 때리며 4점째를 뽑았다.

강백호의 볼넷으로 만루, 문보경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5-0이 됐고 윤동희의 2타점 2루타가 나와 7-0까지 벌어졌다. 홍콩은 바쁘게 투수 교체를 했지만 감을 잡은 한국 타선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느 정도 전력의 격차가 스코어로 드러나자 홍콩 스스로 무너졌다. 1사 2,3루에서 2루 견제가 뒤로 빠지며 한국의 추가 득점, 8-0이 됐다. 계속된 상황에선 박성한의 희생플라이로 9-0이 돼 콜드게임까지는 한 점이 남았다.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김형준이 볼넷, 김성윤이 몸 맞는 공으로 나가며 다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다. 결국 주장 김혜성이 중전 안타를 때려 2루 주자를 불러들이며 경기를 끝냈다.

8회에만 대거 7득점. 애초 홍콩과의 격차가 이 정도였으나 첫 경기의 긴장감과 다소 어수선한 경기 진행 등의 분위기에 휩쓸리면서 몸이 풀리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이닝이긴 했지만 결국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한국은 기분 좋게 2일 대만전을 맞이하게 됐다. 이 경기를 승리하면 조 1위를 사실상 확정 짓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