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하위나이트 대표가 팀 성적보다 선수 성장에 초점을 맞춘 팀 운영을 강조했다. /사진=이주현 대표 제공
이주현 하위나이트 대표가 팀 성적보다 선수 성장에 초점을 맞춘 팀 운영을 강조했다. /사진=이주현 대표 제공

스포츠는 승패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프로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적이라는 결과물이 필수다.

하지만 성적이 중요한 스포츠 세계에서 팀 '성적'보다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축구단이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뚜렷한 팀 성적이 없어도 선수들의 진학과 취업에 일정 부분 성과를 내면서 우려 섞인 기존의 시선을 바꾼 하위나이트 축구단과 이를 이끌고 있는 이주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연령대별 팀부터 성인 독립구단까지… 성적보다는 성장과 과정에 초점

하위나이트는 지난 2017년 1월 경기 안산시를 연고지로 설립된 축구단이다. 만 6년이 지난 현재 유아·초등·중등·고등부는 물론 성인 독립구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별 팀을 운영하며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이 같은 체계를 갖춘 클럽은 안산을 넘어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중등부(U15)와 고등부(U18)는 대한축구협회 1종 팀으로 등록돼 있다. 전문 축구선수의 길을 선택한 선수들이 모인 팀이다.

프로 선수를 목표로 하는 팀인 만큼 성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목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하위나이트 U15팀과 U18팀은 조금 다르다.

이주현 대표는 "실제로 올해 중등부와 고등부의 리그와 대회 성적은 좋지 않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우리 팀에서는 훨씬 좋은 성적을 낸 팀에서도 보내지 못한 명문 학교나 팀으로 향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성적을 위해 훈련하면 팀과 지도자는 유명해질 수 있지만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며 "눈 앞에 있는 결과물을 바라보는 훈련은 선수를 망친다"고 단언했다. 이어 "오히려 팀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훈련에 집중하면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 있는 선수로 나아갈 수 있다라는 것이 하위나이트의 지도 철학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하위나이트 유스팀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하위나이트
하위나이트 유스팀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하위나이트

축구에 전념하지만… 축구 이후의 삶에도 주목하는 하위나이트

한국은 은퇴선수 실업률이 40% 이상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은퇴 후에 경력이 단절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위나이트에서는 다르다.

하위나이트는 설립 초기부터 학생 선수들에게 학업과 운동을 병행시키고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선수로서의 삶이 끝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해 미리 대비해 빠르게 경력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위나이트의 교육 방식이다.

이는 이 대표의 축구 인생과도 맞닿아 있다. 동북고 시절 우승도 경험하며 축구 인생을 시작했고 이후 호원대로 진학했다. 이른 나이에 병역을 해결하고 이후 K3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중 태국리그에 진출해 좋은 활약을 했지만 부상으로 일찌감치 은퇴했다.

현재는 이 대표는 하위나이트를 운영하며 SBS Sports 해설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이 물흐르듯 순탄치만은 않았던 셈이다.

경력이 단절된 수 많은 은퇴 선수 중 하나로 남을 뻔한 상황이었지만 이 대표는 축구와의 인연을 놓지 않았다. 하위나이트를 창단한 것도 자신의 선수 시절을 바탕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선수들을 돕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하위나이트가 선수로서만이 아닌 교육에도 힘을 쓰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비난 아닌 비난을 했다"며 "'축구 선수가 축구만 잘하면되지 뭐하러 학업과 은퇴후 삶까지 고민하냐'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창단 초기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은퇴 후 두 번째 삶을 찾으며 방황하는 분들이 많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 선수들은 그러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위나이트 유스팀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하위나이트
하위나이트 유스팀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하위나이트

클럽 축구 철학… 선수와 학부모 모두 공감할 때 의미

엘리트 체육 세계에서 팀 성적보다는 선수 성장을 맞춘다라는 슬로건은 여전히 의아할 수밖에 없다. 팀 성적이 있어야 선수들을 유치할 수 있고 팀의 명예는 물론 지도자의 실력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우리 팀에 오는 선수들이나 선수 학부모들은 하위나이트의 축구 철학에 대부분 공감해주시는 분들"이라며 "물론 매번 우승과 승리를 거두면 좋겠지만 그것이 우리의 인생 자체를 바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팀내에 청소년 대표와 각종 대회 우승 혹은 개인상을 수상했던 지도자들이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그런 자격을 갖췄음에도 끝내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한 경우가 없지 않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오히려 선수마다 갖춰야할 기술들에 집중했을 때 롱런하는 선수들이 많았다"며 "우리에게는 좋은 팀 성적이 없을지 모르지만 선수들이 축구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모두 성장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