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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업계의 불황은 한 두해 얘기가 아니다.
경기침체에 따른 증권시장의 상승모멘텀 둔화는 증시 침체를 가져왔다. 덕분에 거래대금은 크게 감소했고, 이는 브로커리지 기반(수수료 수익)의 수익구조를 지닌 국내 증권업계에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박스권에 갇혀버린 증권시장, 3~4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거래대금으로 인해 증권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과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1월~3월) 증권회사의 당기순이익은 3551억원을 기록, 전분기(2828억원 손실) 대비 6379억원 증가를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증권업계가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일까?
◆ 변한 것 없는 증권가… 실적 호전은 '감원' 덕분
애석하게도 증권업계는 아직까지는 체질 개선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산기준 20대 증권사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4월~12월까지 이들 증권사 전체 영업수익(연결포괄 손익계산서 기준)에서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2.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직전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평균치인 13.0%와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또한 같은 기간 전체 영업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평균 18.6%로 직전 회계연도와 동일하다.
금융감독원 또한 지난 1분기 증권사들이 흑자로 돌아선 것은 자기매매이익이 1850억원 늘어난데다 수탁수수료 수익이 364억원 증가했고, 판매관리비가 1470억원 감소한 덕분에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국내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으로 직접 주식, 혹은 선물·옵션등의 파생상품에 투자해 돈을 벌었고, 지점과 인원을 크게 줄여(지난해 말 4만241명→3월말 3만9146명, 지점수 1477개→1380개) 고정비가 감소했기 때문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 신사업, 하긴 하는데…
현재 NH농협증권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이나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현대증권, 아이엠투자증권 등은 신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견조한 실적을 내놓은 적잖은 증권사들이 회사가 현재 진척중인, 혹은 고려중인 신사업에 대한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몇몇 증권사들은 현재 진행중인 신사업, 혹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기준으로 현재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북경, 베트남 등에 해외법인을 설치했으며, 호치민과 동경에는 해외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있게 보고 있는 지역들이 있으며, 향후 치밀하게 진출 계획을 세워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은 해외자원사업에도 뛰어들어 증권업계 최초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투자하는 두개의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3800억원 규모로 운용 중이다.
KDB대우증권 또한 "현재 당사는 해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현재 온라인 브로커리지에 집중되어 있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향후 종합증권사로 도약시켜 인도네시아 자본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초 미얀마 양곤의 호텔&서비스드 레지던스 개발 사업에 투자한 것도 이 같은 해외 사업 강화에 따른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의 경우 최근 부실채권(NPL)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달 우리F&I를 종속회사로 편입해 대신F&I로 변경했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다.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의 채권과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부동산담보대출 채권 등 가치가 급락한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채권들은 부도 가능성이 큰 만큼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다.
하이투자증권은 IB영업력 강화, 장외파생상품 투자매매업 등 기본 역량을 강화하고 업무 확대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 것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 미래 업계 '리더'는 누가 될까
현 시점에서 이들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 어느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수료 수익에 치중한 수익구조는 변화하지 않고 여전한 상태다.
구조조정 또한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 하나대투증권, 우리투자증권, 농협증권 등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현재 대신증권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현대증권은 13일 비상경영회의를 개최한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다음주부터라도 구조조정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증권업종은 중·저 위험자산 시장으로의 구조적 변화가 예상되는데 국내 증권사는 대부분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서 "해당 시장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며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어느 증권사가 미래 증권산업의 리더가 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업은 산업이 형성된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안으로는 구조 조정을 통해 과도한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있고, 밖으로는 자본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정책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면서 "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 개편, 콜머니 차입의 제한 등 산발적으로 제시되는 듯 보이는 정책들은 ‘구조 개편’이라는 하나의 소실점을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2015년부터 콜 머니 차입이 차단되면서 중소형사의 적정 유동성 관리가 어려워진다"면서 "조달 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차치하고서라도, 금융회사에 있어 ‘유동성’은 고객과의 거래 안전성, 거래 영속성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결국 자본력이 약한 중소형사의 '존립'이 위험해진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대형사에 큰 수혜가 오는 것도 아니다.
NCR 개편은 업계의 경쟁구도 변화를 유인한다. 적정 비중의 NCR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본 규모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증권업계가 돈을 더 많이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음을 뜻한다. 결국 경쟁이 심화된다는 얘기다.
그는 "대형사의 사업모델 변화가 성공적으로 진척될지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경쟁구도의 개편은 머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구조조정, 내년은 구조 개편의 관점에서 업계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