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이 흔들린다] "등록금은 내돈"인 총장님들

상아탑이 흔들린다 - ①대학가 '교비횡령'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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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 했던가.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사이자 후대를 위한 유산이다. 그렇기에 교육은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는 게 당연지사. 하지만 때묻지 말아야 할 대한민국의 교육환경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특히 상아탑으로 대변되는 대학가의 부정과 비리로 한국경제를 짊어질 수많은 청년들이 수학의 길에서 신음한다. <머니위크>가 기획취재를 통해 대학가의 부조리와 잘못된 관행을 파헤쳤다.

#. 지난해 3월 인천 소재 사립대학인 경인여자대학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법인 회계에서 지출해야 할 변호사 수임료 등 소송비용 수천만원을 등록금과 입학금이 포함된 교비에서 빼다쓴 혐의다. 검찰은 그해 12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처리했다. 하지만 경인여대는 지난 1990년 3월 학교설립 당시 설립자가 부담해야하는 교사 건축대금 10억여원을 교비 회계예산에서 집행하는 등 모두 21억여원의 교비를 부당 전출한 전력이 있다. 

#. 올해 3월 학생들이 낸 등록금 65억원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하는 등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성동제 순천제일대 총장이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징역 1년6월·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지난 3월 전국대학노조원들이 수원여대 부당해고와 관련, 시위를 하고 있다. 수원여대는 총장의 교비횡령 사건과 함께 횡령피해액을 교직원들의 모금으로 충당해 논란을 빚었다. /사진=뉴스1
지난 3월 전국대학노조원들이 수원여대 부당해고와 관련, 시위를 하고 있다. 수원여대는 총장의 교비횡령 사건과 함께 횡령피해액을 교직원들의 모금으로 충당해 논란을 빚었다. /사진=뉴스1

대학가에 교비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교육을 위한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가 현실은 이 같은 법령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국의 대학 곳곳에서는 지금도 교비횡령 사건이 우후죽순처럼 발생한다.

◆ 총장들의 모럴해저드… ‘내 돈 쓰듯’

무엇보다 대학경영의 사령탑인 총장들이 교비횡령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가 심각하다. 성동제 순천제일대 총장의 경우 지난 2006년 7월 2억5000만원 상당의 미술품을 교비로 구입한 데 이어 변호사 선임비용 1억1000만원을 지출하는 등 모두 65억57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미술품과 관련 총 8억원 상당의 대학 미술품과 분재를 외부에 팔아넘기면서 매수인으로 하여금 5억원만 교비 회계로 송금하고 나머지 3억원은 기부금 명목으로 학교법인인 순천성심학원 계좌로 송금하도록 해 3억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지난 3월 홍덕률 대구대 총장은 대법원 판결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0~2011년 대학 정상화 과정에 대한 법률자문료 명목으로 교비 4억45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후의 판결이다.


김기만 전 백석예술대 총장도 교비를 법률자문료로 지급한 케이스다. 김 전 총장은 백석예술대가 정규 전문대학으로 전환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설립자 등 재단과 학교 고위 관계자들이 교비를 빼돌려 조성한 비자금으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2억7500만원 상당의 교비를 빼돌려 변호사 비용을 댄 혐의로 지난해 약식기소됐다. 김 전 총장은 최근 2심에서 업무상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 횡령피해금, 교수 모금으로 충당?

총장들의 교비 횡령이 문제지만 학교 측의 후속 대처방식도 논란을 낳는다. 수원여대의 경우 총장의 교비 횡령도 모자라 횡령사건으로 인한 국고지원 중단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교수 등을 상대로 모금을 벌여 문제가 됐다.

지난 3월31일 수원여대는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매년 30억원을 지원(지난해부터 5년간)받기로 한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비의 집행중지를 통보받았다. 이모 전 총장의 교비횡령 사건 때문이다. 앞서 이 전 총장은 학교관련 소송을 진행하면서 변호사 선임료 등을 교비로 사용하는 등 교비 6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고 최근 유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 불거졌다. 학교 측은 집행중지 통보를 받은 다음날인 지난 4월1일 학과장, 보직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이 전 총장의 횡령액 가운데 학교법인이 이미 변제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4억9900만원을 교수·교직원 등으로부터 걷어 교비에 채워넣자고 의견을 모았다. 전임 총장이 빼돌린 교비를 교수와 교직원이 메꾸자고 한 것이다. 

논란이 일자 학교 측은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기로 한 것"이라며 "개인당 얼마 식의 액수도 정하지 않았고 새로 개설한 기부금 계좌로 받았다"고 모금의 강제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학교는 최근 목표액 모금을 달성해 교비에 채워넣은 후 교과부에 공문을 보내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비 재집행 결정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아탑이 흔들린다] "등록금은 내돈"인 총장님들

◆ 횡령이 뭐 어때서… '문제 총장' 재선임

대학가 교비횡령 사건은 해당 범죄로 유죄를 선고받고 물러난 총장이 다시 총장직에 임용되는 사례에서도 충격을 준다.

전북 전주의 기전대학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학교 조희천 전 총장은 지난 2005년 기숙사 신축 과정에서 교비 1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5억원을 선고받고 현직에서 은퇴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27일 총장으로 다시 선임돼 학생들과 일부 교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전주기전대학정상화추진위원회는 지난 2월10일 전북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비 횡령으로 처벌받은 전임 총장을 재임용하는 것은 학교 구성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대학 이사회에 총장 선임 절차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29조는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시행령 제13조에도 교비회계의 세출은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및 물건비,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교원의 연구비, 학생의 장학금, 교육지도비 및 보건체육비, 차입금의 상환원리금, 기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 한정한다. 그럼에도 현재 교비횡령 사건은 도미노식으로 전국의 대학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사립대학 운영자들이 등록금을 교육 목적에서 벗어나 개인의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주물러왔던 일들이 여러번 문제가 돼왔다”며 “이는 명백한 사립학교법 위반에 해당되며 관련자는 사립학교법 제73조의2(벌칙) 조항에 따라 처벌(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진욱
김진욱 [email protected]

'처음처럼'을 되뇌는 경험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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