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 칼날이 롯데그룹 전체를 휘저으면서 회사의 상징성으로 자부하던 제2롯데월드타워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에서 바라본 제2롯데월드타워가 미세먼지에 가려 흐릿한 모습이다. /사진= 김창성 기자
검찰의 수사 칼날이 롯데그룹 전체를 휘저으면서 회사의 상징성으로 자부하던 제2롯데월드타워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에서 바라본 제2롯데월드타워가 미세먼지에 가려 흐릿한 모습이다. /사진= 김창성 기자

연말 완공을 앞둔 제2롯데월드타워가 연이은 롯데그룹 악재로 시름 중이다. 검찰 수사에서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뿐만 아니라 건설 인허가 과정에서의 로비 의혹도 속속 드러나며 태생부터 환영받지 못할 운명임을 자처한 듯하다. 최신식 오피스라는 자부심에 초고가 임대료 책정이 예상돼 공실률 증가 우려도 높다. 제2롯데월드타워는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꿈꾸며 웅장함을 드러냈지만 동시에 초췌한 민낯도 드러나며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다.
◆인허가 의혹·싱크홀 등 태생부터 삐걱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타워 건설은 당초 30년 가까이 허가가 나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1987년 현 제2롯데월드타워 건설 부지를 매입했다. 1990년 100층 규모 호텔을 중심으로 한 제2롯데월드 조성 사업계획서를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인구집중 유발시설’이라는 이유로 허가가 반려됐다.

롯데는 사업계획서를 보강해 1994년 제2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재추진 했지만 이번에는 비행 안전성 논란에 휘말렸다. 555m에 이르는 타워 높이가 남쪽으로 약 6Km 떨어진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대통령 전용기, 공군기의 안전 등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군의 강경한 반대 때문.

이 같은 이유로 정권이 4번 바뀌는 동안 제2롯데월드타워 건설 추진은 표류했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사업 추진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를 3도 변경하고 롯데그룹이 1000억원 상당의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사업이 최종 승인된 것. 이렇게 해서 123층 높이의 제2롯데월드타워 건설은 2010년 11월 최종 건축허가가 났다.


안전과 국가안보를 장담 할 수 없다던 정부와 군의 태도가 돌변하자 국회에서는 국정감사를 통해 특혜 시비를 가리려했지만 이마져도 흐지부지 넘어갔다. 공사는 그대로 진행돼 연말 완공을 앞뒀지만 연이어 터진 검찰의 비리 의혹 수사에 제2롯데월드타워의 앞날은 흐리다. 이미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제2롯데월드타워 사업 자체에도 수사 칼날이 향할 경우 완공 시기도 장담할 수 없다.

건설 과정에서는 인근 지역 싱크홀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며 홍역을 치렀다. 제2롯데월드타워 공사 영향으로 석촌호수와 연결된 인근지역 지하수가 일시에 빠져나가 지반이 내려앉았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롯데 측은 서울시·송파구,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 진단에 나서 소문을 잠재웠지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시민들의 메아리는 여전하다.

◆일본기업 논란·오너 리스크도 현재진행형

롯데그룹의 상징성을 자처하는 제2롯데월드타워에 드리운 또 다른 암운은 ‘일본기업’ 논란과 경영권 분쟁에서 드러난 비자금 조성 의혹이다.

“저눈 아버니므르 많이 존겨하고 있스므니다.” 이 말은 지난해 8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한 말 중 일부다. 한 종편 채널이 TV자막에 신 회장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옮겨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롯데가 한국기업인지, 일본기업인지에 대한 설왕설래를 주고받았던 국민들 입장에서는 후자 쪽에 좀 더 무게를 실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신 회장은 그동안 언론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 입을 연 사례가 없어 그에 대한 정보는 베일에 싸였다. 그러나 당시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그의 서툰 한국어 실력은 그가 진정 한국인이고 한국 기업 CEO가 맞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문만 더욱 증폭 시켰다. 여기에 일본이라는 반 국민적 정서가 롯데에 그대로 이입되며 ‘신 회장과 롯데=일본’이라는 수식이 공식화 돼버렸다.

롯데그룹 측은 회사 전체 수익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된다고 한국 기업임을 자처했지만 회사 전체 지배구조 정점에는 일본롯데홀딩스가 있고, 그 위에는 일본롯데홀딩스를 지배하는 광윤사라는 지주사가 또 있다.

광윤사는 한국 롯데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도 5.45%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고 있는 구조다. 복잡한 국내 재계 지배구조를 감안해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일본’이라는 반 국민적 정서가 더해진 좀 더 특이한 구조다. 이 같은 특수하고 복잡한 지배구조는 신 회장의 어눌한 한국어 실력과 더해져 국민들에게 롯데가 일본 기업 이라는 이미지를 지워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신 회장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드러난 비자금 조성 의혹 역시 등돌린 국민 정서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롯데가 회사의 상징으로 자부하는 제2롯데월드타워를 통해 태극기 마케팅에 열을 올려도 국민들의 반 롯데 정서를 되돌리기 쉽지 않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타워는 전체 123층 가운데 절반이 오피스로 구성됐지만 높은 임대료와 최근 롯데 사태 등이 겹치며 공실률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김창성 기자
제2롯데월드타워는 전체 123층 가운데 절반이 오피스로 구성됐지만 높은 임대료와 최근 롯데 사태 등이 겹치며 공실률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김창성 기자

◆자존심에 고분양가, 현실은 공실 우려↑
“국내 최고 높이 빌딩이라는 상징성이 충분해 입주 수요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위치상 서울 강남권에서도 외곽에 속하면서 임대료가 비쌀 것이란 전망은 약점으로 지적됩니다. 게다가 최근 롯데그룹 전체가 어수선한 점 등을 고러하면 그나마 있던 수요자들의 이탈도 우려됩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타워의 미래를 이 같이 전망했다. 가치는 있지만 현실과는 괴리감이 든다는 설명.

제2롯데월드타워 오피스는 14~38층의 프라임 오피스와 42~71층의 시그니엘 레지던스, 108~114층의 프라이빗 오피스로 구성됐다. 사무공간인 프라임 오피스 임대 관리는 롯데자산개발, 롯데건설은 레지던스와 프라이빗 오피스 분양을 맡았다. 프라임 오피스는 글로벌부동산 임대대행업체인 JLL과 CBRE가 맡아 사전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전체 123층 중 절반인 62개 층이 오피스로 구성된 만큼 롯데 측의 기대는 크지만 분양은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제2롯데월드타워의 오피스 월 임대료를 3.3㎡당 13만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서울 도심 지역 프라임 오피스의 3.3㎡당 월 평균 임대료인 10만원 수준을 뛰어 넘는다. 회사의 상징성을 자부하는 건물인 만큼 롯데그룹에서도 그에 맞는 고분양가 책정을 버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전통적인 오피스 밀집 지역도 아닌 잠실역 일대에 고가 임대료를 주고 들어올 수요가 과연 얼마나 되겠냐는 회의론이 완공을 앞둔 제2롯데월드타워를 감싸고 있다.

게다가 검찰 수사 방향이 롯데그룹과 제2롯데월드타워 건설의 컨트롤타워 격인 정책본부를 향하고 있어 완공시기 지연과 분양 일정 차질 등도 우려돼 입주 수요 이탈에 따른 공실률 증가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제2롯데월드타워 시행사인 롯데물산 관계자는 “현재까지 그룹 정책본부와 롯데케미칼 입주만 확정되고 그밖에 다른 입주 업체나 분양가 책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회사에서는 연말 완공 후 분양이라는 방침을 세운 만큼 그에 맞게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