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카드수수료 인하로 덕본 건 정부뿐”

‘합당한 근거의 카드수수료’ 허상에 불과…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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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디지털 혁신’, ‘해외시장 개척’이었다. 국내 신용카드사 수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내놓은 새해 경영전략 얘기다. 악화일로인 경영환경을 뚫기 위한 방책이다. 카드사의 주된 수익(카드수수료·신용판매 등)이 점차 감소하고 비금융 정보통신기술(ICT)회사의 지급결제시장 진출로 시장경쟁력마저 약해지는 상황에서 카드사가 변혁을 꾀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며 조달비용이 늘고 있지만 다음달 최고금리가 인하(27.9%→24.0%)된다. 카드사는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신용을 판매하는 회사다. 비싼 이자로 빚져도 대출금리를 낮춰야 하는 셈이다.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재산정은 올 한해 카드업계의 최대 화두다. 카드사는 지난해 8월 우대수수료율 적용 범위가 확대되며 대부분 수익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비금융 정보통신기술(ICT)회사의 지급결제시장 진출이 활발해 시장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업계에선 “향후 5년 내 문 닫는 카드사가 생길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는 몸집부터 불리려 한다. 자사 고객을 유지하고 타사 고객을 유치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제2의 카드사태’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명식 신용카드학회장(상명대 경영학과 교수)은 “무분별한 수수료율 인하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등 신용카드시장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하고 카드수수료 책정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ICT업체와 협업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카드사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명식 신용카드학회장(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사진=서대웅 기자
이명식 신용카드학회장(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사진=서대웅 기자

-카드수수료가 항상 이슈다. 어느 수준이 적정한가.
▶서비스 가격의 원가는 불분명하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선에서 형성될 뿐이다. 수요가 없을 때 가격 상한선이, 이익이 안나는 지점에서 하한선이 정해진다. 현재는 여전법(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합리적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정해야 한다. 그런데 합리적인 가격이란 게 있나. 물론 과거엔 어느 업종엔 3%, 어느 곳엔 7% 등의 주먹구구식 수수료율 책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현재 국내 카드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카드사·가맹점·회원 등 시장 당사자들에게 가격 결정을 맡겨야 한다.

-시장에만 맡기면 영세한 가맹점주일수록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신용카드 의무수납제(카드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여전법 19조1항)를 폐지하면 된다. 요즘엔 1000원짜리 물품도 카드로 결제한다. 영세가맹점이 카드수수료 부담을 느끼는 이유다. 이 경우 가맹점이 현금결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나. 미국 등 선진 지급결제시장들은 모두 현금가격과 카드가격이 다르다. 신용카드시장, 체크카드시장, 현금시장 등 지급결제시장을 다원화하는 게 소비자에게도 가맹점에도 좋다.


-카드의무수납제는 세금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정부가 의무수납제를 고집하는 이유다. 세원 발굴과 세수 증대를 위해서다. 정부는 카드사를 앞세워 가맹점과 소비자를 조종한다. 가맹점에겐 카드수수료로 힘들어하니 수수료율을 낮춰준다. 소비자에겐 일몰조항을 연장하면서까지 카드 소득공제를 해준다. 카드 결제했다고 소득공제해주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연소득의 25% 초과를 카드로 사용해야 한다는 동기까지 유발한다. 카드사로선 ‘왜 나한테만 뜯어가나’라고 토로할 수 있지만 정부가 의무수납제를 유지 중이다. 결국 최종 수혜는 정부가 본다. 반면 카드생태계는 계속 왜곡되고 있다.

-의무수납제 폐지 시 세수확보가 어려워지지 않나.
▶세수를 왜 신용카드로 확보해야 하나. 신용카드의 본래 기능은 세수확보가 아니다. 불법으로 인한 비용이 크다는 인식이 있다면 세금을 탈루하겠나. 물론 (카드의무수납제가) 지하경제를 끌어올리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세수는 다른 차원에서 확보해야 한다.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신용카드시장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여전법의 카드 의무수납제 관련 내용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가맹점수수료를 회원(자사 카드 사용자)이 함께 부담하는 건 어떤가.
▶가맹점수수료가 왜 발생하는지 볼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의 태생은 ‘선 구입·후 지불’(Buy now, Pay later)이다. 카드사는 회원에게 어느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한지를 알린다. 가맹점 마케팅을 하는 셈이다. 즉 카드수수료는 기본적으로 회원을 대상으로 한 카드사의 가맹점마케팅 비용이다. 가맹점은 판매 촉진 효과를 본다. 카드수수료를 가맹점이 부담하는 이유다. 카드사용에 따라 회원에게 부과되는 비용으론 연회비가 있다.

-업계의 마케팅 출혈 경쟁이 상당하다.
▶국민 1인당 소지한 신용카드는 2장정도다. 국내 신용카드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자사 고객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자사 고객만으론 수익이 충분치 않다. 신용판매 수익률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떨어지는 중이다. 금융판매(현금서비스·카드론 등 카드대출)를 늘리려고 해도 신용판매가 확보돼야 가능한 얘기다. 결국 타사 고객을 뺏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드사가 치킨게임 하듯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 배경이다.

-해결책은 뭔가.
▶신 시장 창출이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회사’가 돼야 한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카드사의 경쟁력은 오히려 올라갈 것이다. 현대인의 삶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때 소비자의 행동패턴을 가장 잘 아는 회사가 카드사다. 다만 소비를 ‘구매’에만 국한해서 볼 게 아니다. 소비 사이클을 정교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현재 카드사는 구매 단계에서야 소비자와 관계를 맺으려 한다. 그러나 소비는 ‘정보탐색-획득(구매)-공유-처분’의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구매단계 전 소비자가 ‘락인’(Rock-in·소비자를 자사 고객으로 두는 것)이 되면 향후 자사고객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부 카드사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좋은 예다. 자사 회원이 아니더라도 해당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데 구매단계(자사 고객으로 확보)까지 끌고 갈 수 있다.

-카드사는 ICT업체의 지급결제시장 진출로 위기를 느끼는데.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 ICT업체와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MOT(Moment of Truth·접점)마케팅이란 게 있다. 고객을 잡는 결정적 순간·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거다. 예컨대 미래 고객층인 청소년시장을 보자. 청소년은 신용카드보다 인터넷·모바일 등 ICT에 더 익숙하다. ICT업체로선 청소년을 고객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의 연속이다. 고객 접점면이 굉장히 크다는 얘기다. 고객 접점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소비자에게 각인된다. 카카오뱅크도 카카오톡의 접점을 활용한 결과다. 카드사가 ICT업체와 협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해외시장 진출은 어떻게 보나.
▶글로벌 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 이미 아시아권에서도 성공사례가 있다. 은련카드와 JCB. 우리나라라고 불가능할 건 없다. 다만 각개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건 힘드니 카드업계가 컨소시움을 형성해 진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뿐 아니라 현지인을 공약해야 한다. 한류를 이용하면 영마켓엔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보다 적극적으로 표적시장을 분명히 해 과감히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
 

서대웅
서대웅 [email protected]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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