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도층 인사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 /사진=뉴스1
사회 지도층 인사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 /사진=뉴스1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일 1차 사전조사 대상 사건 12건 가운데 8건을 대검에 넘겨 본조사를 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8건 가운데 2013년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은 포함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세간에는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김 전 차관 사건은 사실여부를 떠나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고 사회 지도층의 도덕 불감증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다. 김 전 차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한 동영상도 있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당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의 부실·편파수사를 통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자성의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 전 차관의 별장 접대 의혹사건은 본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개혁 논의가 본격화하는 현재의 국면에서 고위직 검사의 향응수수를 공식 인정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이 사건을 제외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13년 3월 경찰청 특수수사대는 강원 원주시 별장에서 이뤄진 성접대 동영상을 입수했다. 경찰은 해당 별장에서 음란비디오와 쇠사슬, 채찍을 찾아냈으며 접대에 동원된 여성 30명도 확인했다.

경찰이 입수한 동영상에는 적나라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의 외모, 목소리, 애창곡 분석을 통해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 향응수수 당사자로 지목됐다. 당시 경찰은 음성전문 분석가에게 의뢰해 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과 95% 확률로 동일인 추정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김 전 차관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씨 역시 김 전 차관이 별장에 방문했다는 진술을 했다. 윤씨는 접대에 동원된 피해여성들에게 마약을 투약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2013년 3월 법무부에 사직서를 내고 별도의 사실확인 및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직했다.

경찰은 2013년 7월 동영상 속 남성을 김 전 차관이라고 확정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해 11월 김 전 차관은 물론 접대를 한 건설업자 윤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고위층을 상대로 성접대를 한 의혹을 받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사진=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고위층을 상대로 성접대를 한 의혹을 받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사진=뉴시스

검찰이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린 이유는 ▲윤씨가 성접대 사실과 동영상 촬영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 ▲동영상 속 여성 신원의 특정 불가능이 주된 이유였다.
김 전 차관에 대한 불기소 이유서 역시 검찰의 통상적인 불기소 이유서와 다른 방식으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있음에도 불기소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범죄 혐의를 먼저 기재하고 불기소 이유를 적시하는 방식으로 작성한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의 불기소 이유서에는 범죄 혐의를 받는 사실, 즉 '인정사실' 자체가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법조계 인사들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검찰 출신 A 변호사는 "불기소 이유서를 작성할 때는 인정된 사실은 기재한다”며 “당시 검찰 내부에서도 동영상 속 남성이 얼굴, 외형, 목소리에 애창곡마저 김 전 차관과 유사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기소 이유서에 김 전 차관의 의혹을 인정사실로 쓸 수 없어 결재 과정에서 해당 부분이 빠지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불기소 이유서에 '인정사실'로 고위직 검사의 혐의 사실을 기재할 경우 고위 검찰 비리를 공식확인하는 셈이 된다"며 "불기소 이유서를 쓰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성관계 사실을 공식 확인하는 걸 피하기 위해 최종 결재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 출신의 B 변호사는 "김 전 차관에 대한 별도의 징계절차가 개시되지 않고, 포괄적 뇌물로 볼 수 있는 사건을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것은 '제 식구 감싸기'라기보다는 검찰조직 비호를 위한 조직적 일탈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김 전 차관 사건이 이번 과거사위 본조사 사건에서 탈락한 이유는 아직 기록 검토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건기록이 방대해 기록 검토가 계속 진행 중에 있고, 내부에서 의견을 조율중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