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기아차 '크래시패드', 이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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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패드. /사진=동국실업
크래시패드. /사진=동국실업

일반적으로 자동차하면 멋스러운 외관이나 디자인, 첨단 안전·편의사양 등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자동차 부품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의 역할은 매우 크다. 1대의 자동차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수만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이러한 부품들이 잘 결합돼야 완성도 높은 제품이 탄생한다.

자동차 부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우리에게는 생소하다. 자동차에 어떤 부품들이 들어가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국내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의 우수협력사 동국실업이 가장 최근에 완공한 신아산공장을 찾아가 공정 과정을 살펴보기로 했다.

동국실업은 국내에서 현대·기아차 및 현대모비스로부터 100% 수주를 받아 자동차 내부 부품을 만든다. 크래시패드, 콘솔박스, 러기지박스, 캐리어 등 제품이 다양하지만 주력은 크래시패드다. 크래시패드는 자동차 계기판과 중앙디스플레이 등 각종 전자장비를 감싸고 있는 기본 틀이다. 이는 자동차 내부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완충재 역할도 한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동국실업의 신아산공장은 예상외로 한산했다. 이날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동국실업은 국내 물량 대부분을 현대·기아차 및 현대모비스에 납품한다. 현대·기아차의 상황에 따라 업무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크래시패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신아산공장에서 크래시패드를 만드는 공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사출, 레이저 스코링(크래시패드에서 에어백이 잘 빠져나올 수 있도록 미세한 점선을 새기는 작업), 조립 순의 과정이 가장 기본적이다. 여기서 조립 전 도장 작업이 추가되는데 이는 고급차용 크래시패드를 제작할 때 적용된다. 도장 작업을 마친 크래시패드는 미려하고 통일성 있는 컬러로 차별화된다. 모닝, 프라이드 등은 별도의 도장 과정을 거치지 않고 K3, 쏘나타 등은 도장 작업이 진행된다.

동국실업의 신아산공장은 2014년 5월 완공돼 4년 정도된 신식 생산시설이다. 대지면적 2만3000평, 건축면적 7000평에 사무동, 생산공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방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2년 전부터는 자동화라인을 구축해 생산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동국실업은 신아산공장에 라인 하나당 15억원이 소요되는 자동화라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는 업계 최초라고 한다. 중소업체 입장에서 수십억원대의 투자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지만 생산효율 개선을 위해 과감히 투자했다.


신아산공장 생산라인에서는 근로자들 주변으로 로봇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갓 찍어낸 크래시패드가 로봇을 통해 다음 공정 과정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자동화라인을 구축했지만 여전히 사람만 할 수 있는 일도 많았다. 갓 찍어낸 크래시패드를 유심히 살펴보니 미세한 플라스틱 잔여물들이 실처럼 늘어져 있었다. 이런 부분은 사람이 직접 헤어드라이 또는 토치로 일일이 제거해야 한다. 새옷을 샀을 때 제거하는 실밥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동국실업 신아산공장, 사출된 크래시패드는 공장 내에서 이동 시 보호커버를 씌워 이동한다. 제품의 손상을 막기 위한 조치. /사진=동국실업
동국실업 신아산공장, 사출된 크래시패드는 공장 내에서 이동 시 보호커버를 씌워 이동한다. 제품의 손상을 막기 위한 조치. /사진=동국실업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 크래쉬패드의 잔여물을 제거하면 레이저 스코링 작업을 진행한다. 크래시패드 내부에 장착될 에어백이 유사 시 잘 터질 수 있도록 미세한 구멍을 일정한 간격으로 뚫어 놓는 것이다. 해당 작업은 안전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동국실업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 제품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크래시패드의 도장도 사람이 직접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기계가 할 수도 있는 작업이지만 섬세함은 아직 사람의 손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도장 작업 전에 프라이머(페인트가 제품에 잘 입혀지도록 사전에 바르는 접착용제)를 바르는 공정은 로봇의 손을 거친다.

최종 조립도 기계의 힘을 빌린다. 완성된 부품을 조립하는 작업은 우선 기계를 통해 진동을 일으킨 뒤 마찰열로 부품을 접착하는 방식이 쓰인다.

동국실업 측은 자동화라인 도입한 효과로 불량률이 크게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권순호 동국실업 신아산공장 영업원가팀 팀장은 “사내 불량률은 3% 정도였는데 (자동화라인 도입 후) 1% 미만 수준으로 줄었다”며 “지금은 불량률이 0.5%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신규 공법 IMG 연말부터 양산

신아산공장의 생산라인 중에는 설비가 완전히 들어서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곳은 신규 공법 중 하나인 IMG(IN MOLD GRAIN) 설비가 자리했던 곳이다.

IMG공법은 고급감을 높이면서도 원가절감(TPU 진공성형 대비 5%↓)과 중량절감(발포 대비 20%↓)에 유리한 기술이다. 표피재(Skin)와 사출물(Core)을 압착하는 것과 올록볼록한 엠보(Embo) 가공을 동일한 금형에서 구현할 수 있어서다.

이 공법으로 완성된 제품의 견본을 만져보니 푹신했다. 인조가죽이나 천연가죽으로 감싼 것이 아니면 딱딱하기만 한 것이 일반적인데 이 제품은 표면 아래 쿠션이 들어있어 말랑말랑했다. 기아 K3에도 이 제품이 들어간다.


강의근 동국실업 신아산공장 생산팀 부장은 “IMG 공법 설비는 한창 시범테스트를 진행했고 9월에 수리를 끝내고 다시 설치된다”며 “올해 연말부터는 IMG 공법을 활용한 제품이 양산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동국실업 신아산공장 내부. /사진=동국실업
동국실업 신아산공장 내부. /사진=동국실업

◆협력사 인식 전환 적극적인 M&A

동국실업의 특이한 점은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고객사 확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의 해외진출 시 협력사들이 동반 진출하는 사례가 일반적이지만 타 업체로 거래망을 늘리는 것은 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달랐다.

2013년 동국실업은 독일 ICT GMBH를 인수했다. 유럽법인명은 KDK오토모티브(이하 KDK)다. KDK는 독일, 체코, 스페인 등 유럽 전역에 공장을 세워 총 4개의 생산공장과 1개의 연구소를 구축했다. 매출 규모는 약 3000억원 수준이다.

한곳에만 집중하면 위험리스크가 크다. 예를 들어 주거래처인 현대·기아의 물량이 감소하면 협력사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동국실업은 해외법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객사를 늘려 나갔다. 수주물량은 폭스바겐이 60%로 가장 많고 BMW, 크라이슬러, 벤츠, 아우디, 피아트 등도 동국실업과 거래한다.

이 같은 노력은 현대·기아 협력사 우수사례로 꼽히며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권순호 동국실업 신아산공장 영업원가팀 팀장은 “2013년 전체 협력사에 전파하는 모범사례로 꼽히기도 했다”며 “현대·기아 외에 업체를 M&A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신동주 동국실업 신아산공장 공장장(이사)는 국내 크래시패드 기술력이 우수하다고 자부했다. 그는 “해외에서 수입하는 크래쉬패드는 없다”며 “일부 부품이 들어오는 정도는 있겠으나 크래쉬패드를 온전히 만드는 것은 국내 업체”라고 강조했다.


 

이지완
이지완 [email protected]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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