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 후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등 외산 비만 치료제가 한국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한미약품의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 맞춤 비만약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시장 진입을 꾀할 전망이다. 가격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대중들은 저렴한 가격에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 '국민 비만약' 도전… 체중 감량 늘리고 부작용 줄이고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내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 허가를 신청하고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다. 지난달 말 식약처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한 점을 감안, 조기 허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GIFT 지정 시 일반 심사 기간보다 약 25% 단축된 일정으로 허가가 진행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외산 비만약과 차별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인 대상 임상에서 효과를 내고 있어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 10월 공개된 임상 3상 40주차 톱라인 결과에서 평균 체중 감소율 9.75%를 기록, 위약 투여군(0.95%)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뛰어났다. 최대 30%에 이르는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사례도 존재했다. 한미약품은 한국인 448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 3상에서 효과를 입증해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국민 비만약으로 키울 방침이다.


시장에 먼저 출시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보다 안전성이 뛰어난 것도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장점으로 언급된다. 기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구토나 오심, 설사 등 위장관계 이상사례 발현 비율이 높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우 관련 이상사례가 기존에 알려진 발현율보다 두 자릿수 이상 비율로 낮았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주요 위장관계 이상사례 발현율(TEAE)을 살펴보면 ▲오심 16.72% ▲구토 11.71% ▲설사 17.23% 등으로 집계됐다.

가격 경쟁력 챙긴 에페글레나타이드… "점유율 25% 예상"

사진은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상용화되면 기존 비만 치료제들의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생산인 만큼 수입 제품인 위고비·마운자로 등 주요 외산 비만 치료제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 후 점유율 확보를 위해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한국 시장에 선제 진출한 위고비는 후발주자인 마운자로가 국내에 출시되자 가격을 낮추며 가격 경쟁에 들어갔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로 약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면 비만 치료제를 접하는 대중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한국에 출시된 마운자로 2.5㎎ 제품(이하 4주 분량 기준)의 출고가는 27만8000원으로 책정됐다. 마운자로가 저가에 출시되자 위고비는 ▲0.25㎎ ▲0.5㎎ ▲1.0㎎ ▲1.7㎎ ▲2.4㎎ 등 5가지 용량을 동일한 공급가(37만2000원)로 제공하던 기존 가격 정책을 수정하고 용량별로 가격을 10~40%가량 낮췄다. 현재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시중 판매가는 최저용량 기준 20만원대 수준이다.


이호철·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투약 40주 시점에서 위약 대비 유의한 체중 감량 효과와 경쟁 약물 대비 우월한 안전성(GLP-1 인크레틴 약물 중 가장 우수한 위장관계 부작용 개선 효과 및 심혈관·신장 질환 보호 효능 확인)을 입증했다"며 "가격 경쟁력 및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경쟁 약물 대비 우위가 예상되고 출시 5년 차에 최대 시장점유율 25% 달성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