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농협맨'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의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1년간 농협은행은 탄탄한 영업력을 기반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이 행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 행장의 임기는 1년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농협은행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임기를 2년 이내에서 결정한다. 이 행장이 2012년 농협금융지주 출범(신경분리) 이후 첫 연임에 성공하는 은행장에 이름을 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영업통, 실적·해외성과 긍정적

이 행장은 농협상호금융, 농협은행 등에서 34년간 근무한 '영업통'이다. 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장과 서울영업본부장 재직 당시 전국 하위권이던 실적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려 농협상호금융 대표로 깜짝 발탁됐고 곧바로 은행장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사진=NH농협은행
이대훈 NH농협은행장/사진=NH농협은행
지난 1년간 실적도 눈에 띈다. 농협은행은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9339억원으로 전년동기(5160억원) 대비 실적이 81%(4179억원)나 급증했다. 이 행장이 연초 목표수익으로 잡은 7800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당기순이익의 경우 순이익은 1조924억원이다. 이같은 추세면 연간 순이익 ‘1조 클럽’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지난 3분기 기준 농협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은 0.45%로 지난해 말(0.25%) 대비 0.2%포인트 올랐고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같은 기간 4.52%에서 8.26%로 개선됐다. 지난해 1.05%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분기 0.95%로 0.1%포인트 하락했으며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79.71%에서 87.29%로 올라 건전성이 향상됐다.
 
농협은행은 글로벌 부문에서도 성과를 일궜다. 올 9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현지 해외법인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가 공식 출범했는데 이는 국내 영업에만 국한되던 농협은행이 해외 현지법인을 인수한 첫 사례다.

이 행장은 직접 출장길에 올라 캄보디아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고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였다. 그 결과 농협은행은 미국 뉴욕과 베트남 하노이에 지점 1개씩, 미얀마에 소액대출법인 1개, 중국 베이징과 인도 뉴델리에 각각 사무소 1개, 캄보디아에 현지법인 등을 설립해 해외 네트워크가 총 6개로 늘었다.


은행의 미래전략으로 꼽히는 디지털부문 성과도 두드러진다. 올 5월 농협은행은 개인 고객 2200만명, 기업 고객 370곳의 3년간 거래 데이터를 모은 빅데이터 플랫폼 'NH빅스퀘어'를 선보였고 기존 스마트뱅킹앱을 비롯한 5개 금융앱을 통합한 'NH스마트뱅킹 one up'을 출시했다.

국내외 영업에서 쌓은 실적에 힘입어 이 행장의 신뢰는 올라가고 있다. 올해 농협은행은 실적과 연동된 배당금과 농민지원비 증가가 예상된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의 완전자회사(지분 100%)로 배당금을 모두 농협금융에 지급한다. 농협금융은 이를 다시 농협중앙회에 배당하는 방식이다.
[CEO] '1조 순이익' 빛낸 34년 농협맨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중앙회가 농가지원에 사용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농협계열사에서 받는 분담금이다. 직전 3년 평균 영업수익을 기반으로 부과돼 수익이 늘어나면 지원사업비도 증가한다. 그동안 농협은행은 조선·해운업 부실로 수익이 줄어 농협금융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오명을 썼지만 올해는 배당과 지원사업비 증가가 점쳐진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모두에서 높은 평가와 신뢰를 얻고 있다”며 “현장·소통경영으로 조직문화를 구축해 은행 내 입지도 탄탄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회장, 연임카드 꺼낼까 촉각

농협금융은 지난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계열사 사장단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올해 말 이 행장을 비롯해 서기봉 농협생명보헙 사장, 오병관 농협손해보험 사장, 고태순 농협캐피탈 사장의 임기가 끝나 조만간 자회사 CEO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제 관심은 김광수 농협금융회장이 계열사 CEO인사에 ‘연임’ 카드를 꺼낼지 여부에 쏠린다. 김 회장은 지난 10월 3분기 종합경영성과 분석회의에서 전문성에 초점을 두고 업무경력을 고려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인사방향을 밝혔다. 계열사 CEO의 임기가 짧아 장기 지속가능한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농협금융은 30대 장기 성장동력 과제를 도출하고 지주사 내에 변화추진국을 신설, 경영체질 개선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초단기 CEO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직 CEO의 연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장기성과를 내거나 CEO의 경영전략상 마무리할 경영목표가 남아있다면 연임제를 통해 2년 이상 재임까지도 보장하는 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 프로필
▲1960년 경기 포천 출생 ▲동남종합고교 졸업 ▲농협대 졸업 ▲포천농협 입사 ▲농협중앙회 입사 ▲농협 안성교육원 조교수 ▲경기도청 출장소장 ▲서수원지점장 ▲광교테크노밸리 지점장 ▲NH농협은행 프로젝트금융부장 ▲경기영업본부 본부장(부행장보) ▲서울영업본부 본부장(부행장보)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 ▲농협은행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71호(2018년 12월19~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