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3명의 피의자에게 '배후'로 의심받는 이들이 착수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경찰이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3명의 피의자에게 '배후'로 의심받는 이들이 착수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씨 등 3명의 범행에 배후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3명의 피의자에게 배후로 의심받는 이들이 착수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4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번 범행을 지시한 윗선으로 의심되는 코인업체 관계자를 포착했다. 또 사건의 주범인 피의자 이씨에게 실제로 착수금 4000만원이 흘러 들어갔는지 수사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9월쯤 공범 중 1명인 황씨에게 두차례에 걸쳐 7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 돈이 이씨가 받은 착수금에서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 또한 윗선에게 돈을 건네받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범행을 사주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이씨의 계좌 거래내역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씨는 피해자가 근무한 코인업체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전날 취재진에게 "피해자가 홍보하던 암호화폐에 9000만원을 투자해 8000만원의 손실을 입었지만 악감정을 가지고 살인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 공범인 황씨와 연씨는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하지만 피해자와 유일하게 안면이 있는 이씨는 이들에게 범행을 사주한 혐의 등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씨는 피해자를 지목하고 공범 황씨와 연씨에게 범행 도구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가 황씨에게 범행을 제안하고 황씨는 연씨에게 범행을 제안하는 방식의 공모였다.

경찰은 3인조 외에 이번 범행 모의 과정에 참여했던 피의자 1명을 추가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 예비단계 가담 후 이탈한 것으로 보이는 A씨를 살인 예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배달대행을 하다 알게 된 황씨로부터 "코인을 빼앗아 승용차를 사주겠다"는 제안을 듣고 범행에 가담했다.

경찰은 A씨뿐만 아니라 추가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모든 의혹과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다"고 밝혔다. 범행에 사용된 차량에서 발견된 주사기의 약물 사용 관련해 경찰은 "주사기 액체는 마취제 성분으로 나타났는데 주사기를 피해자에게 사용했다고 연씨와 황씨가 진술했지만 실제 사용됐는지는 부검 결과 후 판단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계좌나 암호화폐 지갑에서 범행과 관련한 입출금 내역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이들 일당 3명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 중이던 40대 중반 여성을 차로 납치했다. 피해자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35분 대전 대청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