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실적은 참담했다. 37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전년 1조4701억원에서 75.7%나 꼬꾸라졌다. 순이익 또한 3161억원으로 전년 1조1326억원보다 72.1% 감소하면서 수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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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인의 실적 악화 여파는 올해까지 이어졌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5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20억원보다 1.9% 증가했다. 하지만 순이익에서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3250억원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10.3% 떨어진 2915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실적 악화 수준에서 크게 나아진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업황 부진을 감안하면 해외법인의 저조한 성적으로 인한 상처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롯데케미칼을 지휘하고 있는 허 사장의 경영 능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롯데케미칼에 투입된 ‘해결사’ 허 사장에 대한 회사의 기대는 그의 이력만큼이나 크다. 1976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2007년 롯데대산유화 대표와 2008년 케이피케미칼 대표를 지낸 허 사장은 석유화학 전문가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케이피케미칼 대표직을 맡았을 때만 해도 2조941억원이었던 매출을 4조6401억원으로 2배 이상 끌어올리는 경영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허 사장 역시 업황 부진의 파고는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취임 초 ‘2018년 매출 40조원, 아시아 톱3 화학그룹’이라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업황 부진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올해 3분기 성적만 떼어 놓고 보면 회복세가 뚜렷해 내년에는 롯데케미칼을 둘러싼 먹구름이 걷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에만 영업이익 1717억원을 올리면서 상반기 전체와 맞먹는 이익을 거뒀다. 허 사장의 성장 위주 공격경영이 주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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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관계자는 “2011년은 중국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최호황기로 당시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며 “지난해에는 유럽 시황 등이 좋지 않아 고전했지만 최근 중국 경기가 좋아지면서 점차 회복세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허 사장은 이인원 롯데쇼핑 부회장과 신헌 사장의 뒤를 잇는 전문경영인”이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을 정도로 경영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