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부진의 대명사였던 태양광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치킨게임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설은 이미 몇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구름이 걷히는 듯한 모습이다. 4개월째 폴리실리콘은 20달러 이상의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태양광부문에 거액을 쏟아붓기로 결정한 것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태양광 투자심리를 밝게 한다. 이미 태양광과 풍력 등 대체에너지 분야에 150억달러(한화 약 15조2505억원)를 투자한 버핏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이 분야에 15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이름난 글로벌 IT기업들도 앞다퉈 태양광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구글은 지난 2월 모하비사막에서 세계 최대 태양열 프로젝트 이반파(Ivanpah) 태양열발전소(ISEGS) 가동을 시작했다. 또한 애플은 지난해 7월 네바다사막에 18~20㎿ 용량의 태양광발전소를 지을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몇년간 흐리기만 했던 태양광시장에 구름이 걷히고 서광이 내리쬐는 것일까.
◆ 글로벌 태양광업체들, '살아나네'
지난 1분기 글로벌 태양광업체들의 실적은 양호했다. 지난해 4분기 말 kg당 18.95달러였던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13주 연속상승하며 분기 말 22.25달러를 기록하는 등 실적호전을 이끌었다. 여기에 웨이퍼/셀/모듈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가동률도 늘어나며 전반적으로 출하량이 크게 상승한 모습이다.
주요 폴리실리콘업체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OCI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279억원, 매출액 7979억원, 당기순이익 32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했고,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 증가했다.
독일 와커(Wacker)사의 경우 지난 1분기 1억835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폴리실리콘사업부가 1억6690만달러로 전분기대비 865.9% 급증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덕분이다.
노르웨이기업인 REC실리콘(REC Silicon)은 영업손실 1390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실레인(Silane) 4공장이 정비에 들어가 폴리실리콘 생산이 3979톤을 기록, 전기대비 22.5%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하반기에도 태양광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우선 시장의 성장이다. 시장조사기관 NPD 솔라버즈는 올해 태양광시장 규모가 50GW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전세계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량(38GW)보다 27.5% 성장한 수치다.
또한 지난 5월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린에너지 육성을 강조하며 특히 태양광 패널제조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백악관 건물 지붕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은 향후 미국시장에서 태양광 투자가 다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
이처럼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전문가들의 올해 남은 기간 태양광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은 편이다.
손영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태양광산업에 대한 미국·EU의 무역제재 및 신흥국 설치수요 증가 등이 군소업체 입지를 약화시키고 대신 대형업체의 수익 집중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대형 태양광업체 위주로 큰 폭의 실적호전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상무부는 중국 태양광 모듈에 18.56~35.21%의 반덤핑 관세를 추가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는 예비판정이며 오는 8월18일 상계관세 최종판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덕분에 시장에서는 해외기업보다는 국내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지환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으로 유럽과 한국 등에 대한 폴리실리콘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감안하면 국내에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고, 되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태양광 관련주의 주가가 부진한 점이 걸림돌이다. 대표적인 국내 태양광업체인 OCI의 경우 지난 7일 21만4000원에 거래를 마친 후 지난 11일 16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고점 대비 21.03%나 떨어진 것. 게다가 2분기 실적도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실리콘이 아직 20달러대를 기록 중이지만 지속적으로 가격하락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도 글로벌 태양광업체들의 실적개선 추이가 지속되겠지만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2분기에 태양광산업 전반에 걸쳐 가격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전기대비 3.2% 낮아졌고 모듈도 2.1% 내렸기 때문에 실적이 기대 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그는 "태양광에 대한 각국 정부의 지원책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난 5월 중국은 2017년까지 70GW의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고 미국은 석탄 화력발전을 사실상 금지하는 강력한 탄소저감정책을 발표하는 등 향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원이 많아질 것"이라고 태양광시장에 대한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이 애널리스트는 "한화케미칼, OCI 등 태양광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비중확대 관점을 유지한다"면서 "2분기 들어 태양광 시황 부진으로 태양광업체들의 주가가 조정을 받는 상태이나 단기적으로는 3분기 초반 중국정부의 태양광 추가 부양책 발표가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