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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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갈현동에 사는 직장인 김석용씨(37)는 최근 승용차를 몰고 출퇴근하는 횟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ℓ당 2000원을 훌쩍 뛰어 넘는 휘발유 가격 때문에 꼭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만 몰고 나왔다. 그런데 몇달 전부터 동네 주유소에서 내건 휘발유값이 1800원대 중반으로 내려가자 승용차를 다시 이용하게 된 것. 셀프주유소나 알뜰주유소를 이용하면 보다 싼 가격에 휘발유를 채울 수 있어 부담을 더 줄일 수 있다. 휘발유 가격이 이대로 계속 떨어진다면 매일 아침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진땀을 빼지 않고 출근할 수 있을 것이라 그는 기대한다.

휘발유 가격이 석달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운전자들은 휘발유 가격 하락 소식을 크게 반기고 있다. 앞으로도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전국 평균 가격이 ℓ당 1800대 초반까지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락 안정세 지속될 듯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12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862.65원이다. 전날보다 0.69원 내렸다. 서울의 경우 같은 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50.43원으로 전날보다 0.23원 올랐으나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하락세를 나타냈다.

휘발유값은 최근 몇년간 등락을 거듭해왔다. 가격이 하락 안정세를 타게 된 시기는 지난해 8월3일 ℓ당 1949원을 기록한 이후다. 휘발유 수요가 많은 겨울에 일시적으로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으나 급등은 없었다. 우리나라의 수입률이 높은 중동산 두바이유가 올해 들어 배럴(158.9ℓ)당 102~107달러 수준에서 오르내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개발로 인한 원유 가격의 하방압력도 휘발유의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지난 3월 말부터 약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도 원유 수입의 가격 부담을 줄이고 있어 휘발유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 80%와 환율변동 20%의 영향을 받는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공급 증가 전망과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 등이 영향을 미쳐 휘발유 가격 하락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시장에 반영됐고 원·달러 환율까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국내 휘발유의 소비자 판매 가격은 당분간 현재의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리터당 1700원대까지 등장

국내 휘발유 가격이 세달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현재 서울의 경우는 어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을까.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6월12일 기준으로 서울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싼 지역은 ℓ당 평균 1839원에 판매한 중랑구다. 이어 은평구와 도봉구가 각각 ℓ당 1855원과 1863원으로 저렴했다.

서울에서 가장 싼 휘발유를 판매한 주유소는 영등포구에 위치한 강서오일이다. ℓ당 1797원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동대문구의 한양에너지웰컴은 1798원, 성북구의 신방주유소는 1802원으로 ℓ당 휘발유 가격이 낮았다.

반면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지역은 ℓ당 평균 2228원에 판매한 종로구로 최저가를 기록한 중랑구과 389원와 차이를 보였다. 중구는 2225원, 용산구는 2184원으로 뒤를 이었다.

주유소별로 살펴보면 강남구의 동하석유가 ℓ당 2395원으로 서울에서 휘발유값이 가장 높았다. 용산구의 동자동주유소가 2359원, 영등포구의 여의도주유소가 2357원 순으로 ℓ당 휘발유 가격이 비쌌다.

정유사별로 보면 가장 저렴한 휘발유 가격을 보인 강서오일과 한양에너지웰컴의 브랜드는 현대오일뱅크, 신방주유소는 에쓰오일이었다. 최고 가격으로 휘발유를 판매한 주유소인 동하석유와 동자동주유소, 여의도주유소는 모두 SK에너지 브랜드인 것으로 파악됐다.

◆61개국 중 35번째로 비싸

전세계 휘발유 가격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수준은 중하위 정도 위치다. 아시아에선 두번째로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지난 6월2일 블룸버그 통신은 전세계 주요 61개국에서 유통되는 휘발유의 시중 판매가격과 국민소득을 비교·분석해 ‘가격 순위’와 휘발유를 사는 데 따르는 ‘고통 순위’를 공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3.79ℓ)당 휘발유 가격이 6.65달러로 전체 61개국 가운데 35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에서는 갤런당 8.26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홍콩의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쌌다. 우리나라는 홍콩에 이어 두번째로 휘발유가 비싼 아시아 국가로 꼽혔다.

전세계에서 휘발유가 가장 비싼 나라는 갤런당 9.79달러인 노르웨이다. 휘발유 가격이 제일 낮은 산유국 베네수엘라(1.56달러)와 6.3배가량 차이가 났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1인당 하루 평균소득인 273달러에 비하면 가격이 높은 수준은 아니다. 노르웨이 국민이 1갤런의 휘발유를 사는 데 드는 비용은 일간 소득의 3.6%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노르웨이의 휘발유 부담 고통 순위는 최하위권인 52위로 밀려났다.

노르웨이에 이어 휘발유 가격이 높은 국가는 갤런당 9.46달러인 네덜란드다. 이어 이탈리아, 덴마크, 그리스, 벨기에, 포르투갈, 독일, 터키, 핀란드 순으로 10위권에 들었다.

우리나라의 휘발유 부담 고통 순위는 33위다.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에 버는 평균 소득 71달러에서 휘발유 1갤런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9.4%에 이른다.

아시아 3위는 갤런당 6.55달러에 판매한 싱가포르였다. 뒤따라 일본, 인도, 중국, 필리핀, 태국, 파키스탄 순으로 휘발유 가격이 비쌌다.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휘발유 부담 고통 순위에서 상위권에 속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