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의 ‘재무통’과 ‘반전키워드’가 만났다. 최세훈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와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를 일컫는 말이다. 다음과 카카오 간 합병발표 이후 4개월이 지난 10월1일, 다음카카오가 공식 출범을 알리며 기치를 올렸다.

다음과 카카오의 통합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최세훈 대표가 다음카카오 합병을 두고 ‘연애결혼’이라 표현했듯,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시기에 빠르게 둘의 만남이 진척됐다. 결국 다음카카오는 통합에 골인했고 이들이 낼 시너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와 최세훈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의 ‘투톱체제’로 운영된다. 카카오에서 대외 활동을 맡아온 이 대표는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자타공인 ‘재무통’인 최 대표는 다음카카오 전반의 운영과 통합법인의 안살림을 맡게 된다.

두 공동대표는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지만 공통점도 많다. 우선 두 대표 모두 격식보다는 수평적 소통을 중요시한다. 이는 앞으로 다음카카오의 성공여부를 가를 핵심키워드인 ‘융화’를 이루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음은 임직원 서로 간 직급 대신 ‘님’을 호칭으로 쓰는 회사로 유명하다. 카카오 또한 직원들 간 직급이 아닌 영어이름을 쓴다. 불필요한 위계질서를 없애고 사내의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통합된 다음카카오는 호칭문화에 있어 카카오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다음 출신 직원들도 합병 전부터 모두 영어이름을 만들었다.


 

최세훈(왼쪽), 이석우 공동대표 /사진=류승희 기자
최세훈(왼쪽), 이석우 공동대표 /사진=류승희 기자

◆이석우, 카카오게임 '한방'으로 스타덤

빠르게 변화하는 IT업계에서 남다른 추진력을 갖춘 경영자라는 점 역시 두 수장의 공통분모 중 하나다.

이 대표의 경우 지난 2011년 카카오 대표로 취임한 이후 이듬해 8월 카카오게임을 출시해 ‘대박’을 터트렸다. 카카오 대표 게임인 애니팡은 출시 이후 석달 만에 국내 누적 가입자 2000만명, 동시 접속자 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2006년 설립된 카카오의 적자행진을 흑자 전환으로 돌아설 수 있게 만든 게임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게임 출시 초반 모바일 메신저가 게임 서비스를 한다는 것에 업계의 시선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이를 밀어붙였고 결국 성공으로 이끌었다.

카카오게임의 성공을 발판으로 지난해 카카오의 매출은 2000억원 초반대로 전년보다 5배 가까이 급증했다. 누적 가입자 수는 1억3500만명을 넘어섰다.

이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최근에는 게임 외에도 광고(플러스친구), 이모티콘, 기프티콘, 모바일쇼핑, 음원 스트리밍서비스 등 수익구조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최세훈 공동대표 /사진=류승희 기자
최세훈 공동대표 /사진=류승희 기자

◆최세훈, 재무통답게 수익성 제고 전력투구

외부활동이 많은 이 대표와 달리 최세훈 공동대표는 대내활동에 주력하는 편이다. 최 대표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ING베어링에서 기업금융부 이사로 재임하다가 2000년 라이코스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면서 IT업계에 몸담았다.

이후 지난 2004년 37세의 나이로 다음다이렉트 대표에 취임, 보험업계 최연소 대표 타이틀을 얻었다. 2007년 다음다이렉트를 창사 4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전환시킨 후 2009년 모기업인 다음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다음으로 부임하자마자 '재무통'답게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다. 조직을 과감히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일본법인을 매각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부터 단행했다. 이어 최 대표는 쇼핑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모바일사업에 주력하는 등 체질 개선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냈다.

다만 검색시장의 압도적 1위 업체인 네이버와의 격차를 크게 줄이지 못했다는 점은 최 대표의 아킬레스건이다. 다음은 주력사업인 인터넷 포털 검색시장에서 점유율 2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올 1분기만 해도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2.7%나 줄어들었다.


 

이석우 공동대표 /사진=류승희 기자
이석우 공동대표 /사진=류승희 기자

◆다음카카오, 네이버 아성 무너뜨릴까

다음카카오의 출범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일단 긍정적인 편이다. 일부에선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을 ‘신의 한수’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두 기업이 '모바일'과 '글로벌시장'이라는 뚜렷한 지향점을 갖고 있는 데다 성장모델에 한계를 느끼고 있던 시기의 합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점이 곧 다음카카오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다음카카오는 세계시장 개척을 위한 강력한 콘텐츠나 서비스가 없다. 카카오톡 역시 해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게 현실이다.

총 2300여명에 달하는 다음과 카카오 직원들 간 융합을 이뤄야 하는 점도 두 대표가 해결해 나가야 할 당면과제다. ‘소통’이라는 무기를 갖춘 최세훈·이석우 공동대표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기에 더 그렇다.

다음카카오가 출범 후 던진 첫 슬로건은 ‘새로운 연결, 새로운 세상’(Connect Evreything)이다. 이 회사의 초대 사령탑에 오른 최세훈·이석우 대표가 진정 새로운 IT세상을 구현할 수 있을지, 그리고 '포털공룡' 네이버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IT업계는 물론 재계가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다.

프로필

☞ 최세훈 공동대표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다음커뮤니케이션 CEO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회 의장 ▲다음다이렉트 자동차보험 CEO ▲다음커뮤니케이션 CFO ▲다음커뮤니케이션 EC 사업본부장 ▲라이코스 코리아 CFO ▲ING Barings 뉴욕·서울 이사 ▲1967년생

☞ 이석우 공동대표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카카오 공동대표 ▲NHN 미국법인 대표 ▲NHN 법무담당 이사, 경영정책 담당 부사장 ▲한국아이비엠 법률고문실 사내변호사 ▲중앙일보 편집국 기자 ▲루이스 앤 클라크 로스쿨 졸업 ▲하와이 주립대학교 역사학 석사 졸업 ▲1966년생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