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SK의 경영도 위태롭다. 해외 신사업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실적은 곤두박질이다. 그나마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기술력을 중심으로 수익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선두 자리를 빼앗긴 일본이 언제 어떻게 치고 올라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기업의 경영환경이 위태로운 가운데 수장의 장기 복역 리스크까지 떠안은 재계 3위 SK의 현실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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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전 신 기자 |
◆신사업 중단, 계열사 실적 ‘먹구름’
SK그룹은 최대 취약점으로 흔히 '글로벌 기업 이미지' 부재가 꼽힌다. 삼성과 LG 등 주요 대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이름을 알리는데 비해 SK는 글로벌 시장에서 '네임밸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외시장 공략을 안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출할 때마다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전략 실패 등으로 '찻잔 속 태풍'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최 회장의 공백으로 올 들어 더욱 험난한 글로벌 여정이 예상된다.
최근에만 해도 SK가 경영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화학공장인 주롱아로마틱 콤플렉스(JAC)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이 공장은 SK건설과 SK가스, SK종합화학 등이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SK가 최대주주다.
JAC는 콘덴세이트 기반으로 연산 PX 80만톤과 혼합나프타 65만톤, 벤젠 45만톤, 액화석유가스(LPG) 28만톤을 각각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이다. SK는 24억4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난해 9월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4개월도 채 안돼 가동을 중단했다.
SK 측은 “일부 설비의 구조를 변경해 1분기 중 재가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국제유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재가동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미국에선 SK가 야심차게 진행한 태양광 전지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소식이다. 미국 현지 언론은 7600만달러(824억원)를 투자한 미국 태양광 전지업체 헬리오볼트(Helio Volt)가 청산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번 청산작업으로 SK는 최대 7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떠안게 됐다.
SK는 지난 2011년 ‘CIGS’(구리·인듐·갤륨·셀렌화물) 태양광 전지 제조기술을 보유한 헬리오볼트에 5000만달러를 투자해 본격적인 태양광 전지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세와 수요부진 등으로 태양광 전지시장이 침체를 겪었다. 그리곤 지난해 2월 추가지원을 중단하고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초엔 새 투자자를 물색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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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
◆해외 투자금 잃고, 국내 실적은 '뚝뚝'
국내에서도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은 3000억~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원인은 역시 국제유가 하락이다.
작년 두바이 유가는 배럴당 90달러에서 40달러대로 급락했다. 이로 인해 SK이노베이션의 작년 한해 재고손실은 역대 최대인 6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설상가상 그동안 실적 개선을 주도한 석유개발 사업 이익도 절반 수준으로 급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유진투자증권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 석유개발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50억원과 699억원 수준이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 22%, 영업이익은 42% 각각 감소한 수치다.
SK텔레콤도 고난의 연속이다. SK텔레콤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5365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하락한 수치다. 작년 4분기 실적도 우울하다. 하나투자증권은 SK텔레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4837억원으로 시장 예상치(5582억원)보다 13.4%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SK텔레콤으로서는 마케팅 비용과 네트워크 투자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입장.
최근 주요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보조금 과다지급 혐의로 단독 조사를 받고 있는 것도 SK텔레콤의 악재다. 방통위는 지난 1월19~20일 진행한 실태 점검에서 SK텔레콤이 휴대폰 대리점 및 판매점에 대한 리베이트를 높이며 시장 과열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리베이트 가운데 일부가 불법 보조금으로 쓰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로 SK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최 회장의 공백으로 이렇다 할 전략을 세우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오너 리스크의 대표적 사례"라고 분석했다.
3·1절 특사 기대하는 SK… 현실은?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 전례없는 경영애로가 예상된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난 1월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신년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재계 3위인 SK는 그룹 매출이 150조원을 넘고 한해 투자규모만 30조원 이상이다. 전체 종업원 수는 8만여명에 달한다.
정부로서도 SK가 위기를 겪을 경우 투자시장 위축은 물론 세수확보, 고용시장까지 타격을 받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의장의 신년사 발언을 놓고 최 회장을 가석방하라는 ‘정부 압박용’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법무부의 가석방 심사 명단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정부는 2월 설 특별사면도 단행하지 않기로 했다.
최 회장의 구속은 이번이 두번째다. 그는 지난 2008년 분식회계와 내부 부당거래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두달여 만에 사면 복권된 바 있다.
당시 이를 두고 야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재벌총수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그런데 현 정부가 또 다시 최 회장을 특별사면으로 감옥에서 꺼내준다면 최근 '땅콩 회항' 파문으로 조성된 재벌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격화시킬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재계의 목소리도 엇갈린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최 회장을 특별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형기(4년)를 모두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SK의 위기가 수장과 무관하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유업계는 물론 글로벌 투자시장이 위축된 것은 SK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오너가 돌아와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기업의 전방위적 청원과 국민 여론 사이에서 정부가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 전례없는 경영애로가 예상된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난 1월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신년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재계 3위인 SK는 그룹 매출이 150조원을 넘고 한해 투자규모만 30조원 이상이다. 전체 종업원 수는 8만여명에 달한다.
정부로서도 SK가 위기를 겪을 경우 투자시장 위축은 물론 세수확보, 고용시장까지 타격을 받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의장의 신년사 발언을 놓고 최 회장을 가석방하라는 ‘정부 압박용’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법무부의 가석방 심사 명단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정부는 2월 설 특별사면도 단행하지 않기로 했다.
최 회장의 구속은 이번이 두번째다. 그는 지난 2008년 분식회계와 내부 부당거래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두달여 만에 사면 복권된 바 있다.
당시 이를 두고 야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재벌총수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그런데 현 정부가 또 다시 최 회장을 특별사면으로 감옥에서 꺼내준다면 최근 '땅콩 회항' 파문으로 조성된 재벌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격화시킬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재계의 목소리도 엇갈린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최 회장을 특별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형기(4년)를 모두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SK의 위기가 수장과 무관하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유업계는 물론 글로벌 투자시장이 위축된 것은 SK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오너가 돌아와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기업의 전방위적 청원과 국민 여론 사이에서 정부가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