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칭타칭 ‘얼리어답터’인 이정규씨(32). 각양각색의 무수한 디지털기기가 쏟아지는 요즘, 속속 등장하는 신제품을 남보다 먼저 사용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씨는 대부분의 기기를 신상 입고와 동시에 구입했다. 자연스레 최신상에 밀려 ‘구식’으로 전락한 기기는 이씨의 손에 얼마 쥐어지지도 못한 채 내팽겨쳐지기 일쑤다. 어느새 이씨의 서랍엔 20여개의 전자쓰레기가 나뒹구는 실정. 돈도 돈이지만 갈 곳 잃은 기기들을 보면 이씨의 마음이 씁쓸해진다. 지금 이씨에게 필요한 건 뭐? ‘디지털 재테크’다.



실속형 IT기기 /사진=머니투데이DB
실속형 IT기기 /사진=머니투데이DB


 

신개념 디지털 라이프, 이른바 ‘디지털 재테크’(이하 디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디테크는 ‘쓰던’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새 제품’처럼 중고 디지털기기의 가치를 높여 판매자 및 구매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씨처럼 제품의 기능적인 부분을 단기간 경험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디지털기기 구매에 투자하는 얼리어답터족의 불합리성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중고? NO! 미사용 리퍼상품
 
디테크에 이용되는 제품은 일반 중고품보다 뛰어난 제품력을 자랑하지만 가격은 신제품보다 훨씬 저렴하다. 조금 흠집이 있지만 고성능을 갖춘 제품을 최대 8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 ‘선착순’, ‘한정판’을 내세워 판매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출시된 제품일수록 가격 인하 폭이 커 고객의 구매율도 높은 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디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한 쇼핑몰에서는 20만원대 노트북을 기본으로, 초대형 노트북을 40만원대에 선보였으며 시장출시가 200만원대인 노트북은 140만원대에 판매된다.

이곳에서는 디테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데 주력한다. 상품군도 다양하다. 노트북을 비롯해 올인원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전세계 글로벌 IT기기를 취급한다. 특히 일반 중고제품보다는 미사용 리퍼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업에서 단기간 사용한 렌털상품을 회수해 판매하거나 전시장·행사장 등에서 단기간 사용된 기기도 판매한다.

‘오늘의 재테크’ 상품도 만날 수 있는데 A급 기업 렌털 회수상품인 애플 맥북에어는 기존 가격 150만원의 3분의 1 수준인 50만원 대에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캐논의 필름카메라(9만원대) 등과 같은 희귀품을 판매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일부 전문가들은 디테크의 경우 신제품보다 품질보장이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신제품을 구매할 경우 개봉할 수 없어 직접 물건을 확인하지 못하지만 디테크는 고품질 기기의 경우 직접 개봉해 이상 유무를 충분히 확인한 후 구매할 수 있어서다.

인식을 조금만 바꾸면 몇개월 새 순식간에 하락한 제품가격에 억울함을 느끼는 일도 없고 자원낭비는 물론 경제적 낭비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디지털기기가 쏟아지는 요즘 디테크를 통해 가치가 높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며 “고성능 IT기기 사용 욕구가 강한 소비자 사이에서도 비용부담 등 여러 장점으로 활용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