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환율전쟁… 국내 증시 ‘늪’에 빠지나
연초부터 국내 원·달러 환율이 널뛰기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큰 폭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새해 첫 거래일인 올해 1월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2원 오른 1103.5원을 기록했다. 다음 거래일인 5일에는 1109.9원으로 올랐다.

이튿날인 1월6일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환율은 지난 16일에는 1077.3원까지 내려갔다. 9거래일간 환율이 2.94% 하락한 것이다. 이후 1월말까지 환율은 등락을 거듭하며 1093.5원까지 올랐다.

이러한 환율 급등락의 배경에는 글로벌 환율전쟁이 숨어 있다. 올해 들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으며, 전격적으로 정책금리도 인하하고 있다. 그간 3차에 걸친 양적완화를 마친 미국은 ‘가만히’ 있다. 대신 미국은 '정책금리 인상'이라는, 글로벌 경제에 핵폭탄급의 영향을 끼칠 이슈가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아시아 각국 또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달러의 가치 상승 속도를 점진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경우 최근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긴 했으나 아직까지는 글로벌 환율전쟁 추세에 동참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국 경기와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 현상이 짙어지고 있으며, 물가압력이 가파르게 둔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추가적인 절하(통화 가치 하락)에 나서거나 이를 용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상무는 "글로벌 환율전쟁의 격화가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1월 수출부진만 해도 원자재 가격 급락 여파도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달러를 제외한 여타 통화에 대한 강세 흐름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고 설명했다.

통화약세를 통한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각국의 정책이 국내 수출부진이라는 역풍으로 돌아왔다는 것.

박 상무는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 흐름의 특징중 하나는 부양정책을 통해 통화 약세를 유도한 국가의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국내가 소외되는 듯한 현상은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에 또 다른 제약요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분간 국내의 원·달러 및 이종통화 환율 흐름이 경기와 주식시장의 반등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