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한강시네폴리스'는 지난 2008년 사업이 시작될 당시 고촌읍 향산리와 걸포동 일대 230만8937㎡ 용지에 방송영상콘텐츠산업 중심의 영상문화복합도시를 조성하는 사업비만 2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김포시와 경기도시공사(이하 경기도공)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 사업은 2011년 사업승인을 받으며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표류하기 시작했다. 2012년 경기도공을 주 사업자로 하고 민간사업자를 공모했으나 '리딩컨소시엄'이 6개월 만에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그해 8월 McNf컨소시엄이 지위를 승계했지만 이행보증금을 제때 내지 못해 결국 민간사업자 선정 계획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시는 입주수요 재조사, 지역 주민 요구사항 재수렴, 유치업종 재조정 등 사업 계획을 다시 수립하기로 했다.

국제금융위기 이후 수도권에서 처음 시도되는 공모형 PF(Project Financing) 사업인 데다 지역민 보상 문제, 한강하구 난개발 문제, 동일한 콘셉트인 고양시의 브로맥스 사업이나 서울시 상암동 DMC와의 중복성 등 잠재적 위험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한강시네폴리스 조감도. /사진제공=경기도시공사
한강시네폴리스 조감도. /사진제공=경기도시공사

◆산산이 조각난 장밋빛 미래

결국 지난 2013년 3월 경기도공이 사업추진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앞두고 주주협약 내용 합의 불이행에 따른 법인 설립 출자자본금 미납을 이유로 세번째 우선협상대상자인 SSED컨소시엄의 자격을 박탈하자 사업을 둘러싼 갈등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SSED컨소시엄은 당시 김포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목적법인 설립 자본금 미납으로 사업이 무산됐다는 김포시와 경기도공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사업 무산의 원인은 경기도시공사의 무리한 요구와 상식을 벗어난 행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업지구 내 토지주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윈회(이하 대책위) 역시 시와 경기도공의 민간사업자 재공모 방침에 대해 주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지연으로 인한 주민 재산권 피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

이후 경기도공과 주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SK건설과 현대엠코, 동양건설, 일성건설, 동서건설, 코리아에셋증권 등으로 구성된 SK건설컨소시엄이 5개월 만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급 보증이나 김포시의 미분양토지 매입확약 등으로 마찰을 빚다 100일을 채 넘기지 못하고 협약체결은 무산됐다.

경기도공은 이에 지난해 4월 수의계약을 통해 국도ENG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주민의 불만과 불신이 극에 달했던 탓에 같은해 9월 대책위와 경기도공이 각자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추진 성과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등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화색 도는 시장, 사업도 기사회생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해묵은 갈등은 의외로 쉽게 풀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미분양이 급격히 줄고 투자심리가 개선되면 서다. 대책위를 비롯한 주민은 몇년 만에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양보를 택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 되다보니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면서 "SPC 측이 올해 6월쯤 보상 공고를 낼 계획이어서 올해 말 정도면 보상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6개 기관과 회사가 참여해 만들어진 SPC(특수목적법인)인 ㈜한강시네폴리스개발은 산업단지 계획 변경승인 신청을 추진 중이며 올해 하반기부터 용지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기반시설공사에 들어가 오는 2017년 하반기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한강시네폴리스개발 관계자는 "시행사의 사업진행 의지가 커짐에 따라 주민도 마음을 돌렸다"면서 "이르면 일반산업 단지와 아파트를 내년 3월 분양과 착공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완료되면 김포에 '활기'

이처럼 사업이 가시권에 들자 전문가들은 김포 부동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강 신도시보다 서울과 가까운 입지조건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다만 분양가구가 많고 사업 진행에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부분은 단점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한강이 가까운 데다 아파트 입주 후 한강신도시 인프라 등 주거환경이 쾌적해 내부수요의 유입이 많을 것"이라며 "김포 부동산 시장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지만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아 미래가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업지에서 경전철이 가까워 상업시설부터 분위기를 탈 가능성이 있다"며 "역세권에서 시작된 온기가 점차 비역세권으로 퍼져 기존주택의 분양가가 상승하고 거래가 활발해 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서울의 강서 등지에서 전세난에 지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김포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있다"며 "관성의 법칙으로 올해 훈풍이 내년 분양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함 센터장은 "다만 적정하게 분양가를 책정해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5000가구라는 미니신도시 급의 분양 물량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수원시 권선동 수원아이파크시티처럼 차수를 나눠 조절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