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기업 두산그룹의 주가가 휘청댄다. 주요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지속된 실적 부진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이들 회사는 재무개선을 위해 자산 및 사업부 매각, 자회사 상장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지만 워낙 큰 부채규모에 신통찮은 모양새다. 위기의 두산그룹주는 다시 예전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까.

◆ 실적 악화·신용등급 강등 ‘부진의 늪’


두산그룹 핵심계열사 중 하나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주가가 5년째 내리막길이다. 2011년 3월 장중 3만155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지난 1월20일 3375원까지 추락했다. 큰 틀에서 보면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진은 중국에서의 침체가 원인이다. 2011년 2조원을 웃돌던 중국 내 매출이 점차 줄며 지난해 3분기 기준 4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 중국 건설경기가 2012년 이후 급격하게 위축되며 건설기계를 제작하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또 과도한 차입금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은 5조522억원이다. 매년 이자비용으로만 2000억~3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벌어들인 274억원의 영업이익으로는 이자를 갚기에도 빠듯한 셈이다.

다른 계열사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영업손실 1669억원, 당기순손실 520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늘렸다. 대형건설현장 감소와 주택사업의 보수적인 수주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두산건설 측은 “해양플랜트 기자재사업을 철수하고 구조조정 등 일회성 비용으로 적자가 났다”고 밝혔다. 대손상각비, 사업조정 비용 2300억원과 구조조정비용 3881억원이 실적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실적부진에 6만원대를 넘나들던 두산건설의 주가는 지난 2일 기준 4000원대까지 추락했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 두산건설의 모회사인 두산중공업, 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 역시 이들의 부실이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되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지난해에만 두산그룹 전체 순손실은 1조7000억원에 달했다.

결국 지난달 19일 한국기업평가는 이들 4개사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두산건설은 ‘BBB-’에서 ‘BB+’로 낮췄다. 두산인프라코어는 ‘BBB+’에서 ‘BBB’로 하향했다. 또 이들 기업의 등급전망은 모두 ‘부정적’을 유지했다.


두산타워전경. /사진제공=두산그룹
두산타워전경. /사진제공=두산그룹

신용등급까지 떨어지며 그룹의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두산 계열사들은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알짜사업부인 공작기계사업부를 시장에 내놨다. 두산건설은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는 배열회수보일러(HRSG)사업부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보공개가 제한적인 매각 이슈는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며 주가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 재무개선 노력… 그룹 내 최선호주 ‘중공업’

앞으로 두산그룹주의 주가는 재무구조 개선과 지속적인 이익창출 여부에 달렸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일단 가장 관심을 모았던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는 지난 2일 MBK파트너스컨소시엄(디엠티홀딩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대금은 1조1308억원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매각대금으로 올해 상반기 돌아오는 1650억원의 회사채와 하반기 65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남은 차입금 4조원과 영구채 5억달러(약 5500억원)는 두산인프라코어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매각이슈로 단기적인 주가상승이 기대된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건설기계사업의 영업악화 등 자산매각을 제외하면 영업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주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또다른 자구책으로 주요 종속회사인 두산밥캣의 상장을 추진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이미 사전 기업공개(Pre-IPO)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에게 7000억원의 유동성을 조달했다. 또 상장 후 보유지분을 전량 구주매출할 경우 추가로 8000억원 내외의 현금이 들어올 여지가 있어 상장이 가시화되면 주가는 긍정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두산건설은 지난 2일 자본효율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발표했다. 이번 감자로 자본금이 4207억원에서 511억원으로 감소한다. 하지만 자본총계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잉여금이 늘어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감자 발표 다음날인 지난 3일 두산건설의 주가는 장중 15% 넘게 하락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무상감자의 핵심이유는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두산건설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주주를 위해 매년 260억원의 배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지난해 4분기 3754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배당가능이익이 크게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들 주요계열사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수혜를 입는 종목은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이다. 자회사들의 부진을 제외하고 본사의 실적만 놓고 보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2014년부터 수주 정상화 과정을 밟는 중이다. 올해 두산중공업이 발표한 수주가 확실한 계약은 10조6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올해 중공업부문 실적이 전년 대비 58% 성장할 전망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8월 두산밥캣의 가치가 2조9000억원을 인정받으며 사전 IPO를 진행할 때 그룹사 주가가 모두 올랐고 그중 두산중공업의 반등폭이 가장 컸다”며 “두산그룹의 리스크가 해소될 때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종목이 두산중공업”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 4분기 종속사들로 인한 주당순자산가치(BPS) 훼손이 크다며 목표주가를 24% 내린 2만8000원으로 제시했다. 또 목표주가가 올해 실적의 가파른 상승이 확인될 경우 4만원을 웃돌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STOCK] ‘자식’ 걱정에 바람 잘 날 없는 두산주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