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롯데·신세계, 추석 성적표는?

사진=이마트 제공
사진=이마트 제공

하반기 유통가 첫 대목인 추석 연휴 기간 '유통공룡' 롯데와 신세계가 나란히 함박웃음을 지었다. 롯데와 신세계는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여파에도 불구 매출신장세를 기록하며 유통가 형님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 콜라보세트·실속마케팅으로 ‘김영란법’ 극복

대형마트와 백화점업계는 당초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이번 추석이 선물세트 수요를 파악할 좋은 가늠자가 될 것으로 여겼다. 추석 한달 전부터 유통업계가 추석선물세트를 미리 예약 판매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두 곳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각각 8.6%, 3.6%의 매출신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양사 모두 올 추석에는 건강 선물세트의 인기가 급신장했다. 롯데백화점은 건강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28.1% 늘었으며, 신세계는 42.7% 매출이 올랐다.

대형마트도 재미를 봤다. 이마트의 경우 추석 준비기간이 겹쳤던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전체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8.6% 신장했다. 축산품은 6.0%, 과일은 9.1%, 채소는 13.6%, 수산물은 6.5%, 건식품은 11.9% 매출이 증가했다. 롯데마트도 추석 효과를 봤다. 전년 같은기간 대비 매출액이 축산물의 경우 13.0%, 과일은 15.1%, 채소류는 2.0% 증가했다.


롯데마트가 선보인 실속형 추석선물세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쿠킹컬렉션 한우 세트' '차를 담은 사과·배 세트' '한우 갈비세트 2호' '민어 굴비 세트'./사진=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가 선보인 실속형 추석선물세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쿠킹컬렉션 한우 세트' '차를 담은 사과·배 세트' '한우 갈비세트 2호' '민어 굴비 세트'./사진=롯데마트 제공

당초 김영란법 여파로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유통업계의 매출 신장이 이뤄진 요인은 무엇일까.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당장 김영란법이 이번 추석에는 적용되지 않아 고객들이 '마지막특수'라는 생각에 선물구매를 서두른 경향도 있다"면서 "특히 선물용으로 상대적으로 고가인 건강 선물세트가 선호돼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추석 전 실속 마케팅을 펼친 것이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마트는 인기 식품브랜드 '피코크' 선물세트와 함께 홍신애 요리연구가의 조언을 통해 구성된 콜라보레이션 세트 등을 마련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 점이 주효했다. 롯데마트 역시 고객이 많이 찾는 한우와 천일염, 소스 증을 한 상품으로 묶어 재미를 봤으며 과일과 차(茶)를 묶어 실속형세트를 내놓기도 했다.

◆ 사드 여파에도 ‘유커’ 발길 오히려 증가

면세업계는 중국인관광객이 늘면서 롯데와 신세계는 물론 다른 유통업체들도 동반 매출상승 효과를 기록했다. 사드 여파에도 국내 면세업계는 거의 타격을 받지 않은 셈. 추석 연휴 기간 국내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지난 추석연휴 14∼18일 하루 평균 중국인 관광객 매출은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26%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도 연휴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평소보다 10% 가량 늘었으며 업계 2위 신라면세점도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약 20% 증가했다.

지난해 중추절을 맞아 롯데면세점을 방문한 중국인관광객들의 모습./사진=뉴스1DB
지난해 중추절을 맞아 롯데면세점을 방문한 중국인관광객들의 모습./사진=뉴스1DB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사드배치가 발표된 지난 7월8일부터 8월10일까지 5주간 한국을 방문한 중국관광객수는 102만8000명으로 사드발표 직전 5주간 방문한 인원보다 오히려 1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드 배치 여파로 우려됐던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기우에 불과했던 것.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중추절(9월15~17일)이 워낙 대목이긴 하지만 중국과 관련된 대내외적인 불안요소가 많아 매출 증가세는 크게 예상 못했던 부분"이라면서 "보통 국경절(10월1~7일)이 중추절보다 2~3배 매출이 높은 기간이기 때문에 각종 행사준비와 함께 제품 재고를 맞추는 중"이라고 밝혔다.

◆ 복합쇼핑몰 전쟁, 일단은 무승부


[머니S토리] 대목에 재미 좀 보셨습니까

롯데와 신세계는 추석 연휴 복합쇼핑몰 경쟁에서도 서로 웃었다. 롯데의 잠실 '롯데월드몰'과 신세계의 야심작 '스타필드 하남'은 서로 추석 연휴 기간 수십만에 가까운 인파를 불러모으며 대형쇼핑몰 경쟁에 돌입했다.
롯데물산에 따르면 잠실 롯데월드몰은 추석 연휴가 시작된 14~18일 5일간 총 63만여명이 방문햤다. 일 평균 대략 12만여명이 방문한 셈인데 롯데월드몰의 평균 방문객 수가 9만여명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30% 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난 9일 문을 연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도 오픈 다음주인 추석 연휴에 엄청난 방문객이 몰려 화제의 쇼핑몰임을 입증했다.

신세계에 따르면 지난 14~18일 5일간 스타필드 하남을 방문한 인파는 총 79만7000여명으로 순수 방문객 수로는 롯데월드몰을 압도했다.

두 곳 모두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연휴 기간 방문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설치된 '슈퍼문'을 구경하려 많은 인파가 몰린 모습./사진=뉴스1DB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설치된 '슈퍼문'을 구경하려 많은 인파가 몰린 모습./사진=뉴스1DB

롯데는 지난 1일 석촌호수에 세계 최초로 '슈퍼문'을 공개하며 관람객들을 대거 유입하는 데 성공했다. 신세계 역시 스타필드 내 거대토끼인 '자이언트 래빗'을 전시하며 맞불을 놨다.
이외에도 롯데월드몰의 아쿠아리움과 스타필드의 아쿠아필드, 스포츠몬스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추석 연휴 가족단위의 관람객 발길을 불러 모은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이 염려되는 가운데 두 유통기업의 추석 연휴기간 선전은 긍정적인 뉴스가 될 수 있다”면서 “하반기 두 유통공룡들의 포스트마케팅 싸움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