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연기했다. 지난해 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상반기로 계획을 미룬 것이다. 

지주사로 전환하기까지 금융위원회로부터 예비인가를 받는 데 통상 60일, 본인가 30일 등 총 90일이 소요된다. 올 하반기 예비인가를 신청하면 내년 쯤 본인가를 받고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우리은행 지주사의 전환은 자회사 편입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과점주주와의 이해상충 문제, 예금보험공사 잔여지분 매각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16년 만에 민간은행으로 돌아간 우리은행이 세가지 과제를 딛고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머니포커S] 우리은행, 금융지주 전환 걸림돌 세가지

◆세금부담, 주가상승으로 충당할까 
우리금융지주는 2001년 4월 설립된 국내 1호 금융지주사다. 2014년 11월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증권과 보험·자산운용사·저축은행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는 민영화 작업에 나서면서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됐다. 이후 지난해 말 과점주주가 예보로부터 우리은행 지분을 매입했고 우리은행은 완전한 민간은행으로 거듭났다.


정부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우리은행은 다시 지주사 설립에 나선 상태다. 지난 2월 지주사 설립을 위해 미래전략단을 신설하고 자문사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다. 하지만 자회사 인수가 걸림돌이 됐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증권, 보험, 여신전문회사를 계열사로 둬야 한다. 우리은행은 현재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등 소수 자회사만 보유 중이다. 

통상 금융회사는 지주회사 전환 시 새로 인수한 기업의 가치가 오르면 평가차익에 대한 세금을 물어야 한다. 새로 인수한 기업뿐 아니라 우리은행이 현재 보유한 우리카드, 우리종금 등을 분할하거나 합병 또는 분할 후 합병할 경우에도 세금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후 자회사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원활한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

관건은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 시 주가가 얼마나 오를지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은행의 주가는 1만3000원으로 민영화 성공 후 3개월째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은행은 뒷문 잠그기 전략,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축,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 등 5대 신성장동력을 살려 주가가 1만5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이를 기반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면 주가 2만원, 시가총액 1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 주가가 약세를 보였지만 목표가 대비 상승 여력이 커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은행의 1분기 예상 순이익은 4940억원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의견을 매수로 올리고 목표가도 1만6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과점주주 이해관계, 논의 이끌까 

과점주주 집단경영의 이해상충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총 7개의 금융회사가 29.7%의 지분을 매입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PE(6%)와 한화생명·동양생명·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유진자산운용(이상 4%), 미래에셋자산운용(3.7%)이 과점주주다.

이들은 우리은행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주가상승에 따른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우리은행과의 협업으로 시너지 상승을 꾀하려던 계획이 동력을 잃을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한화생명과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우리은행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확장을 노리고 있다. 한화생명은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법인(우리소다라은행)을 통해 방카슈랑스 상품의 현지화, 해외 방카슈랑스 핀테크 상품 및 서비스 공동개발 등을 전개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우리은행의 자금력을 활용해 기업투자금융(CIB)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주선 업무에 우리은행을 활용하면 자금조달이 용이하기 때문.

키움증권은 우리은행과 상품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우리은행은 고객에게 추천하는 펀드리스트에 키움증권 계열사인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증권투자신탁’과 ‘키움SmartInvestor분할매수증권자투자신탁제1호’를 올렸다.

우리은행의 한 사외이사는 “금융지주사 전환이 은행의 주가와 수익상승을 이끌어 중장기적으로 주주에게 유리하지만 지주사 전환 시점·비용 등을 정하는 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예보 지분 매각에 '자사주 매입' 만지작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잔여지분(21.4%)을 연내 처분할지도 지주사 전환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예보는 우리은행에 투입한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 중 10조6000억원을 회수했다. 남은 2조2000억원을 거둬들이기 위해선 잔여지분 21.4%(1억4440만주)를 1만5240원 이상의 주가에 매각해야 한다.

예보의 빠른 지분매각을 위해 우리은행 조합원의 자사주 매입이 거론된다. 단기 주가 부양에는 우리사주의 주식매입이 효과적이기 때문.

우리은행 사주조합은 2014년 12월과 2015년 7월, 지난해 7월 임직원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자사주를 매입했다. 문제는 직원들이 주가상승에 따른 이익을 거뒀으나 반복된 자사주 매입에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따라서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상승을 이끌어 예보의 지분매각을 앞당기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소유한 우리은행 지분은 4.45%로 과점주주인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이 보유한 4% 보다 많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우리은행 경영에 참여하려는 의지마저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가상승을 위해 우리사주에 자사주 매입을 요청할 수 있으나 사외이사 추천권 보장은 은행이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