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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체외수정을 통해 출산한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 커플을 부모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22일(현지시각)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헌재는 이날 "보조생식 기술을 통해 태어난 자녀의 경우 출생 시점부터 양측 어머니 모두를 부모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미성년자의 개인 정체성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현행법은 동성 커플이 해외에서 체외수정을 통해 자녀를 출산한 경우 법적 부모로 인정하지 않는다. 레즈비언 커플은 자녀 입양 절차를 거쳐야만 법적으로 부모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이번 헌재 판결은 토스카나주 루카시 법원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따른 것이다. 루카시 법원은 한 레즈비언 커플이 두 사람 모두를 자녀의 부모로 등록해달라고 요청한 사건을 심리하던 중 관련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보고 헌재에 판단을 요청했다.
헌재는 이번 판결에 대해 "현행법이 사회 현실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성 부부의 변호인이자 이탈리아 성소수자 인권 단체 '레테 렌포드'의 회장 빈첸초 미리는 "이번 결정은 단 하나의 전통적인 가족 모델에만 집착하는 문화에 맞서 모든 아이들의 권익을 위한 문명화된 법적 원칙을 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는 여성이 파트너나 아내와 함께 아이를 갖기 위해 굴욕적인 입양 절차를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헌재는 이번 판결과 별도로 독신 여성이 보조생식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규정에 대해서는 "불합리하거나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