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기혼자의 삶은 쉽지 않다. 버는 것 없이 지출만 할 노후를 앞둔 중년 기혼자에게 저금리 환경은 야속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정작 자신의 노후는 준비하지 못한 50대 기혼자 66명(남녀 각각 33명)의 고민을 들어봤다.
◆노후준비 걱정하는 중년 기혼자
중년 기혼자들의 사연은 저마다 다양했다. <머니S> 설문조사 결과 50대 기혼자들은 대부분 노후대책을 고민하고 있었다. 노후대책의 걸림돌로는 자녀의 결혼자금 마련, 가계부채, 주거비, 의료비 마련, 교육비 지출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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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기혼자의 최대 고민거리는 남성·여성 모두 ‘노후대책에 대한 부담’이었다. 남편 33명 중 16명(48.5%), 아내 33명 중 17명(51.5%)이 노후대책을 걱정했다.
뒤를 이어 남편들은 내집 마련·전월세보증금 마련(8명), 수입 불안정(7명), 아이 양육비·교육비 부담(1명) 등을 고민했다. 아내들은 수입 불안정(8명), 내집 마련·전월세보증금 마련(4명), 아이 양육비·교육비 부담(3명) 등의 순으로 답했다.
배우자 혹은 본인이 현재 몸담은 업종에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남편 17명(51.5%), 아내 22명(66.7%)이 60세까지라고 답했다. 50대 기혼자의 절반 이상이 일 할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50대 기혼자는 혼자 남게 될 경우 가족보다 ‘복지시설’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했다. 남편 19명(57.6%), 아내 21명(63.6%)이 이 같이 답했다. 그럼에도 노후를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남편 1명, 아내 2명에 그쳤다. 대부분(남편 18명·아내 16명)은 노후를 전혀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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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노후대책 준비의 걸림돌로는 ‘자녀의 결혼자금’을 가장 많이 꼽았다. 남편 11명(33.3%), 아내 14명(42.4%)이 자녀의 결혼자금 마련을 고민 중이었다. 이어 남편의 경우 10명은 가계부채·카드 빚, 6명은 주거비, 5명은 의료비, 2명은 교육비 등을 마련하느라 자신의 노후를 챙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들은 결혼자금에 이어 7명은 의료비, 6명은 가계부채·카드 빚, 5명은 주거비, 1명은 교육비 등을 마련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빚부터 갚고 노후자금 마련
중년 기혼자들의 이 같은 고민에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 카드빚 등이 있을 경우 빚부터 갚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채상환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부채상환을 끝낸 후에야 자녀의 결혼자금과 은퇴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 생긴 좁고 깊은 틈)를 보다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후대책에 앞서 보유자산 대부분이 전세보증금으로 묶여 있는 경우에는 이를 활용해 주택매입에 나설 것을 권했다.
신동일 국민은행 도곡동 PB센터 부센터장은 “전세살이 하는 50대 기혼자의 경우 보유자산 대부분이 전세 보증금으로 묶여 있어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다”며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하고 보유주택을 담보로 사망 시까지 연금형태로 수령하는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배우자와 둘이서만 살 집인 만큼 평수를 줄이거나 시세가 낮은 지역으로 눈을 돌려 부채를 줄이고 주택 매입에 나서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대출은 주택가격의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들은 집값의 30% 수준만 대출받고 대출원리금은 소득의 20% 수준에서 상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급여에서 의료비, 보험료, 생활비, 대출 상환 등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은 예·적금 통장에 묶어두기보다 자신의 투자성향과 목표수익률을 정해 투자상품에 분산할 것을 추천했다. 예·적금으로 자금을 묶어두기엔 금리가 너무 낮고 세금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신 부센터장은 “자신의 투자성향과 목표수익률을 정해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테면 달러를 환전해 현금으로 보유할 경우 환차익만 볼 수 있지만 달러ELS는 가입 시 목표수익률이 정해지기 때문에 투자이익까지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는 올해 말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대표 절세상품으로 가입일로부터 10년간 배당수익과 환차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세제혜택은 1인당 3000만원(총 납입금액 기준)까지 받을 수 있다. 해외주식형펀드에 매달 25만원씩 적립식으로 납입하면 10년간 비과세 혜택을 받으며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60세를 바라보는 은퇴 기혼자라면 확보한 자금을 자녀의 결혼자금이나 국민연금이 나오기까지의 소득공백기를 버티는 데 쓸 수 있다. 65세 이후에는 국민연금(매월 100만원)으로 대체 수령하면 된다. 퇴직금은 80세 이후 간병비 등 의료비 지출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 보험은 유지하는 게 현명
‘연기연금제도’를 신청해 연금 수령시기를 늦추는 것도 현명하다. 수령시기를 늦추면 1년마다 7.2%씩 연금액이 늘어난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시대에 7.2%의 수익률은 상당한 고수익이다. 다만 국민연금 수령시기를 늦추면 국민연금 수령 시까지 월소득을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
가입한 보험이 있다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납입해온 보험을 깨면 정작 아플 때 보장받지 못하고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도 늘어나는 상황이라 해지 후 재가입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또한 통상 과거에 가입한 보험상품의 보장내용은 현재 판매되는 상품보다 훨씬 폭넓다.
박상훈 지속가능한가정경제연구소장은 “2003년 10월 전 가입한 종신보험이 뇌출혈이 아닌 ‘뇌졸중’을 보장한다면 해지보다 유지하는 게 나을 수 있다”며 “2007~2008년 이전에 가입해 갑상선암이 소액암으로 분류되지 않는 보험도 주계약 감액이나 납입중지를 활용해서라도 계약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07호·제5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