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투자시장이 해빙무드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7월 사드배치 발표 이후 16개월 만에 양국이 관계개선을 골자로 한 협의문을 동시에 발표한 것. 사드로 인한 한중갈등이 일정부분 봉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종별 수혜 강도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와 면세점, 호텔, 미디어 등의 수혜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또 다른 수혜업종인 화장품, 음식료, 유통은 종목 간 편차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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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업종: 자동차·면세점·호텔·미디어

자동차는 반등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판매량 회복의 방향성과 가시성이 더욱 뚜렷해졌기 때문. 그동안 사드사태는 자동차 주가를 2단계에 걸쳐 끌어내렸다. 지난 3월부터 중국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충격을 줬고 8월 말에는 중국 JV파트너인 북경기차와 갈등이 불거지며 한번 더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한중 관계회복의 길이 열리면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인방이 주목받는다. 한중관계 개선이 기대되며 주가반등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의 영업환경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생산사이클 회복으로 가장 직접적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은 현대모비스”라고 말했다.

둔화됐던 중국인관광객 성장률도 서서히 풀릴 조짐이다. 중국인관광객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대비 6.8% 상승했으나 올 1분기(-9.2%), 2분기(-65.7%), 3분기(-62.7%)에는 악화됐다. 한중 관계회복으로 중국인관광객이 증가하면 면세점의 영업환경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 호텔사업 등 여행업종도 수익성 향상 종목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중국 수출이 막혔던 콘텐츠·미디어업종도 중국사업 재개가 가시화되면 추가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정부는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드라마·예능 등 한국방송을 중단하고 한국연예인의 출연을 제한하는 한한령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대중국 수출이 뚫리면 불확실성 우려가 해소돼 중국 매출회복이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주목할 만한 업종: 화장품·음식료·백화점·마트

화장품과 음식료, 유통 등의 업종도 한중 관계회복에 따른 수혜주로 분류되지만 종목별 강도는 서로 다를 수 있다. 먼저 화장품업종은 ▲중국인관광객 증가로 인한 내수시장 회복 ▲대중국 수출 회복 ▲중국 현지판매 개선 등의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3분기 누적 중국인관광객수는 전년대비 50% 감소했다”며 “한중관계가 개선되면 전체시장 회복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드사태에 따른 실제 피해규모와 개선강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장품산업 성장을 유추할 수 있는 면세점 매출액이 우려보다 양호했기 때문이다. 면세점 내 화장품 수출액은 올 1~9월 기준 1만1400달러로 오히려 전년 동기대비 17% 늘었다. 중국인관광객 회복과 화장품시장 성장률의 상관관계가 다소 낮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최근 3~4년 사이 신규 화장품업체가 증가하면서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업체별로 실적이 차이날 수 있다. 나 애널리스트는 “최근 화장품업종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인관광객 회복=면세점 회복=화장품업체 실적개선’ 공식이 점점 틀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음료업종의 경우에도 수혜가 기대되지만 종목별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판매 증감률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판매의 경우 정부지침에 순응하는 판매자가 많아 한국제품 판매에 소극적인 반면 온라인은 정치적 영향이 작게 미친다. 따라서 온라인판매 위주의 음식료업체라면 오프라인판매 위주의 업체보다 수혜를 덜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과 온라인판매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둔 업체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화점과 마트 등 영업정지나 매출급락을 겪은 업종도 종목별로 꼼꼼히 들여다보는 게 좋다. 이를테면 중국인관광객 매출비중이 높았던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큰 폭의 실적하락을 경험했다. 그러나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면세점은 일정부분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현지사업도 실적 차별화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현지사업의 경우 백화점은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마트사업은 이미 상권이 침체돼 영업이 재개되더라도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좋다”며 “다만 롯데쇼핑의 경우 중국 마트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고 사드보복 조치가 완화되면 매각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눈여겨볼 중국종목: 저평가된 우량기업 수혜기대

국내에 상장한 중국기업도 한중 관계회복의 수혜주로 꼽힌다. 지난달 31일 한중 관계개선을 골자로 한 협의문이 발표된 후 중국 상장기업에 많은 투자자가 몰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0% 이상 급등세를 연출한 중국기업을 살펴보면 차이나그레이트, 차이나하오란, 씨케이에이치, 이스트아시아홀딩스 등이 눈에 띈다.

지난달 31일 종가기준으로 차이나그레이트는 전 거래일 대비 23.26% 상승한 10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차이나그레이트는 2008년 5월 케이만군도에 설립된 면세회사로 신발제품 설계와 생산·판매, 의류제품 판매 등을 주영업활동으로 하는 업체다.

포커지·백판지와 재생펄프 생산기업을 종속기업으로 보유한 지주회사 차이나하오란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6.50% 오른 833원,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인 씨케이에이치는 14.69% 상승한 1405원, 스포츠용 신발 생산과 전자상거래기업 등을 종속기업으로 보유한 지주회사 이스트아시아홀딩스는 12.66% 오른 694원에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이들 중국기업의 주가상승이 한중 관계회복 기대감에 따른 ‘차이나 디스카운트’ 해소 조짐이라고 설명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 중국기업의 경우 자체 역량보다는 중국기업이라는 점이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중국과의 관계회복이 본격화되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았던 우량기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