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체와 하체가 고관절을 축으로 분리된 ‘브라카쥐’를 선보이는 정우찬 프로. /사진=정우찬 프로
상체와 하체가 고관절을 축으로 분리된 ‘브라카쥐’를 선보이는 정우찬 프로. /사진=정우찬 프로
"아브라카다브라!" 마법사의 주문으로 유명한 이 단어는 히브리어로 '내가 말한 대로 이뤄질지어다'를 뜻한다.
스키에는 '브라카쥐'(Braquage)가 있는데 스키의 '아브라카다브라'다. 발음하기 어렵고 무슨 의미인지 알 길이 없어 기억하기도 어려운 이 단어는 마치 마법사의 주문처럼 들린다.

하지만 기억에 기억을 거듭하다 보면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듯 어느 순간 브라카쥐가 입에 익는다. 그래서 어떤 스키어는 스킹 중 "브라카쥐~ 어떠카쥐~ 요라카쥐~"라며 장난스럽게 외치기도 한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스키는 바깥발로 타야 하고 하체 위주로 턴을 만들어야 한다. '재블린 턴'은 이러한 스킹의 주요한 요소를 향상시키는 훌륭한 연습법이다. 그럼 브라카쥐란 어떤 동작일까.

◆마법의 브라카쥐

브라카쥐는 '회전하다'란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다. 영어권에선 '피봇 슬립'이라 부르기도 한다. 상체가 전혀 연관되지 않고 하체만을 이용해 스키를 회전시키면서 설면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연습법이다. 사이드 슬리핑을 좌우로 연속하며 스키딩을 이용해 슬로프를 흘러 내려가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스키딩을 이용한다고? 그럼 별 것 아니네. 옆으로 미끄러지면 되는 거네'라고 생각하는 스키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브라카쥐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대부분의 스키어는 상체를 고정하라고 하면 허리를 비틀어 스키를 돌린다. 그렇게 하면 척추가 틀어져 큰 힘을 견디기 어렵고 심할 경우 허리통증을 유발한다. 인체역학적으로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골반이 스키를 따라 좌우로 도는 자세여서 보기에도 좋지 않다. 앞에서 보면 어깨 밑으로 신체 전체가 흐느적거리는 느낌이고 뒤에서 보면 엉덩이가 좌우로 실룩거리는 민망한 모습을 연출한다.

제대로 된 피버팅은 상체와 골반이 의자에 앉았을 때처럼 안정된 상태에서 하체만 회전하는 것이다. 즉 고관절을 축으로 상체와 하체가 분리돼야 한다.

◆브라카쥐 연습법

브라카쥐를 익히기에 앞서 한쪽 방향으로 사이드 슬리핑을 연습해보자. 사이드 슬리핑을 할 때 골반을 포함해 상체 전체가 폴라인과 스키의 중간 정도를 향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이드 슬리핑의 방향도 상체가 향하는 방향 즉, 대각선으로 이뤄진다.

좌우로 사이드 슬리핑을 하는 것이 익숙해지면 이번에는 피버팅을 이용해 스키를 회전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 스키를 회전시키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피버팅만을 극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브라카쥐이다.

피버팅을 극단적으로 사용해 턴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쉬운 예가 있다. 엉덩이가 살짝 걸치도록 의자에 앉은 채 두 발을 15㎝ 간격으로 바닥에 놓는다. 이 상태에서 운전할 때처럼 발 뒤꿈치만을 바닥에 대고 발가락을 들어보자. 이제 두 발을 자동차의 와이퍼처럼 좌우로 움직여보자. 상체와 골반은 전혀 움직임이 없고 두 발이 움직임에 따라 무릎과 허벅지가 좌우로 움직일 것이다. 이것이 피버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동작이다.

이 움직임을 스키장 리프트에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 때 스키를 발받침에서 허공으로 옮긴 뒤 좌우로 움직여보라. 같은 느낌이 올 것이다. 상체와 골반은 리프트 의자에 올려진 채 전혀 흔들림이 없고 두 스키만 와이퍼처럼 두 발을 중심으로 좌우로 회전할 것이다.

골반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두 발만 좌우로 회전하는 것이 좋다. /사진=정우찬 프로.
골반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두 발만 좌우로 회전하는 것이 좋다. /사진=정우찬 프로.

◆브라카쥐 실전과 장점
움직임을 이해했다면 이제 눈 위에서 적용해보자. 실전 연습은 뭉친 눈이 적은 정설이 잘 된 적당한 경사의 슬로프에서 하는 것이 좋다.

처음엔 스키를 벗고 제자리에서 부츠만으로 서서 뒤꿈치를 축으로 와이퍼 동작을 연습한다. 어느 정도 연습이 됐다 싶으면 이 동작을 기억해 기존에 턴을 만들던 방식이 아니라 의자 위에서 혹은 리프트 위에서 시도했던 동작을 적용해보자. 처음엔 눈에 걸려 스키가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끼겠지만 연습하다 보면 점차 익숙해진다.

브라카쥐는 스킹에 어떤 도움을 줄까. 브라카쥐가 몸에 익으면 상체가 좌우로 돌거나 기울어짐 없이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게 된다. 몸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은 인체 몸무게의 65%를 차지하는 상체를 잡아주는 것이다. 스키 고수들이 경사가 급한 슬로프에서도 안정된 상체를 유지하며 멋지게 활강하는 비결이 바로 이것이다.

브라카쥐는 또 어떤 사면에서든 스키어가 안정적으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키를 돌리는 조작이 하체에서만 발생하므로 동작이 재빠르다. 급사면이나 범프가 많은 슬로프 상황에선 큰 회전호를 그리면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는데 브라카쥐 동작을 응용해 회전호가 작은 턴을 만들 수 있다. 재빠르게 피버팅을 이용해 턴을 만들고 스키딩을 사용해 속도를 조절한다.

이 동작을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어느덧 어떤 경사에서도 안정되게 턴을 만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브라카쥐!'를 연발할 것이다.

정우찬 프로(스키칼럼니스트, CSIA 레벨4)
정우찬 프로(스키칼럼니스트, CSIA 레벨4)

☞ 본 기사는 <머니S> 제523호(2018년 1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