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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오쇼핑, CJ E&M 흡수합병. |
CJ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속도를 낸다. CJ제일제당의 CJ대한통운 지분 인수에 이어 이번엔 CJ오쇼핑이 CJ E&M을 흡수합병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정점으로 CJ-CJ오쇼핑로 이어지는 단순한 지배구조를 형성해 사업 시너지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CJ오쇼핑-CJ E&M 흡수합병 발표 이후 예상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길게 보면 CJ오쇼핑의 CJ E&M 흡수합병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각자 다른 사업을 해온 두 회사가 실질적인 시너지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도가 떨어지는 요인이다.
◆CJ오쇼핑, CJ E&M 흡수합병… '순환출자 구조 해소' 초점
CJ그룹의 홈쇼핑업체 CJ오쇼핑과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CJ E&M이 합병한다. CJ오쇼핑은 지난 17일 CJ E&M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합병 비율은 1대 0.41이며 합병 기일은 2018년 8월 1일이다.
양사는 오는 6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1일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CJ오쇼핑으로 CJ E&M의 영업을 그대로 승계한다.
두 회사는 합병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로 4조4000억원, 영업이익 3500억원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장기적으로 신규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2021년까지 전체 매출을 연평균 15.1%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CJ E&M은 지난 2010년 CJ오쇼핑에서 인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2011년 이후 자회사인 온미디어와 그룹 내 콘텐츠 관련 계열사인 CJ인터넷·엠넷·CJ미디어·CJ엔터테인먼트 등을 흡수합병하며 규모를 키웠다.
과거 떼냈던 CJ E&M을 오쇼핑과 다시 합치기로 한 것은 '융·복합 미디어 커머스'라는 새로운 기업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사실상 이번 CJ오쇼핑의 E&M 흡수합병은 CJ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CJ그룹은 CJ제일제당의 CJ대한통운 지분 인수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제일제당이 대한통운에 대한 지분을 44.6%까지 늘려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다. CJ의 또 다른 자회사인 케이엑스홀딩스는 영우냉동식품에 흡수합병 됐다. '이재현→CJ→CJ제일제당→CJ대한통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CJ오쇼핑과 CJ E&M이 합병을 하게 되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CJ의 지배구조는 한층 더 단순해진다. '이재현→CJ→CJ오쇼핑(+CJ E&M)'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다.
◆CJ오쇼핑·CJ E&M 동반약세… CJ헬로 급등
그러나 CJ오쇼핑의 CJ E&M 흡수합병 발표 직후 다음날(18일) 장이 열리자 두 회사 주가는 동반 하락했다. 이날 CJ오쇼핑은 전 거래일 대비 6.86% 떨어진 23만7500원, CJ E&M은 전날보다 3.98% 하락한 9만4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CJ제일제당(-0.82%)과 CJ대한통운(-1.11%)도 소폭 하락했다.
반면 CJ헬로는 매각설에 9.35% 오른 8190원을 기록했다. CJ헬로 최대주주(지분율 53.92%)인 CJ오쇼핑의 부인에도 LG유플러스의 “검토 중”이라는 공시로 두 회사 간 인수합병(M&A) 성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CJ오쇼핑은 “CJ헬로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인수와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합병 시너지 ‘회의적’… 주가 영향 미미
이 같은 주가 움직임에 증권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우선 다른 사업을 해온 CJ오쇼핑과 CJ E&M이 실질적인 시너지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외국계 증권사 CLSA는 돌직구를 날렸다. CLSA는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 시너지가 없다며 '인상 깊지 않은 합병'이라고 꼬집었다.
노승주 CLSA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확장이라는 합병 논리가 피상적이고 두 기업의 시너지 또한 모호하다"며 "CJ E&M 주주들은 구조적인 모바일 상거래 경쟁에 직면한 희석된 홈쇼핑 주식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노 애널리스트는 "CJ가 주장하는 '글로벌 확장'이라는 개념이 불분명하고 특히 CJ E&M 관점에서 CJ오쇼핑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글로벌 이점이 없다"며 "CJ오쇼핑의 TV홈쇼핑 사업은 미디어 소비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도전에 직면한 비즈니스모델이며 향후 이베이, 네이버 등과 경쟁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미디어와 커머스라는 결합의 현재 다소 생소하고 쇼핑 사업 측면에서 시너지를 보여주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 측면에서는 CJ E&M이 미디어 산업의 특성상 높은 밸류에이션에서 거래되는 반면 CJ오쇼핑은 올해 예상 PER 11.6배에서 거래되는 만큼 합병 법인의 주가 수준은 낮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두 회사의 주가가 합병비율에 맞춰 움직일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합병비율을 감안하면 CJE&M 주가는 오를 가능성이 큰 반면 CJ오쇼핑 주가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CJ그룹이 내놓은 두 회사의 합병 시너지는 중장기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두 회사의 합병은 단기적 관점에서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렬 현대차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J오쇼핑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적용할 경우 CJE&M의 적정주가는 10만4662원이고 CJE&M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CJ오쇼핑의 적정주가는 23만8768원”이라고 추산했다.
한편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추진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도 “인수가 성사될 경우 LG유플러스는 기존 유로방송 5위 사업자에서 SK브로드밴드를 제치고 단숨에 2위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CJ헬로 입장에서도 케이블TV 가입자당 가치가 2007년 100만원에서 45만원(2016년), 다시 25만원으로 가파르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당한 기업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